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심사제도를 개정하면서 대형 건설사가 아닌 중소 건설사들 분양 단지의 분양가가 강제로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에 따라 중견 건설사들이 대형 건설사 현장 인근에서 분양하는 경우 대형 건설사 대비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되는 현상이 발생해 불만이 터지고 있다.
HUG는 지속적으로 '깜깜이 분양'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정을 발표했다. 당시 분양가격 산정 기준을 정비해 합리성을 강화하고 심사 기준을 정량화해 자의성을 해소하겠다고 밝히며 구체적 적용 방식을 발표했다.
문제는 비교 사업장을 선정할 때 기존에 입지, 단지 규모, 브랜드 등 3단계 심사를 정량화하는 과정에서 사업안정성 항목의 비중을 HUG 신용평가등급 75%, 시공능력평가순위 25%로 제시하면서 비롯됐다.
주택 사업을 많이 하거나 재무건전성이 좋은 대기업들이 안정성 점수를 높게 받고, 공사 실적이 적고 재무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중소 시공사가 낮은 점수를 받는 구조다.
가령 대형 건설사 사업지와 바로 이웃한 중소 건설사는 이 기준에 따라 입지가 비슷한 대형 우량 건설사 분양 단지를 비교 사업장으로 넣지 못하고 더 먼 곳에 있는 중소 건설사 현장과 비교해야 한다.
주변 사업장을 항목별 점수로 평가해 총점 차이가 가장 작은 분양·준공 사업장을 비교 사업장으로 선정하게 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입지와 규모, 마감재여도 신용등급 차이로 분양가가 더 낮아지게 된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주택을 공급받는 수분양자에게 주택을 적정 가격에 공급해 시장 과열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며 만든 제도인데 결과적으로 대기업 우량 건설사에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경영자는 "가뜩이나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져 중소·중견사가 적당한 수준에서 분양가를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이 기존 관행"이라며 "시장 경쟁에 맡기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을 분양가를 잡기 위해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다 보니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HUG의 분양가
이에 HUG 측은 "기존보다 시공능력평가순위 비중이 낮아져 규모가 작지만 신용평가가 좋은 중소 건설사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