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지인이 사들인 세종시 토지가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과열지구인 세종시는 토지의 경우 주택에 적용하는 대출·전매 제한이나 양도세 중과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에 따르면 작년 세종시 순수토지(건축물을 제외한 토지) 거래량(증여·교환·판결 포함) 총 1만6130필지 중 타지역 거주자들의 매입량은 1만786필지에 달했다. 이는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한 이래 연간 가장 많은 순수토지 전체 거래량과 외지인 매입량이다.
외지인의 매입량은 처음 1만 필지를 돌파한 2018년(1만223필지) 이후 2019년 8558필지로 감소했으나, 지난해 7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을 언급한 뒤 급증세(7월 580필지→8월 1007필지)를 보였다. 작년 11월(1403필지)에는 2019년 1월(1326필지)에 기록했던 월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종시의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년에 비해 12.38% 올라 시도별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면서 "정부 규제로 더이상 집을 사기 어려운 다주택자들이 행정 수도 이전 호재가 있는 세종시의 토지 매입으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종시 투기 공무원·LH 직원 전수 조사 요구
세종시에서 일어난 공직자들의 투기 실태를 대대적으로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일과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각각 '세종시 LH직원 땅투기 정부조사단 파견'과 '세종시 투기 공무원과 LH 직원 전수 조사'를 요구하는 요구 글이 올라왔다.
정부조사단 파견을 요청한 청원인은 "광명 시흥지구에서 LH 직원들이 벌인 기가막힌 행태를 보면서 국민의 한사람으로 화가 난다"며 "세종시의 경우 광명 시흥지구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LH 직원들의 투기가 더 횡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이어 "현재 세종시는 상가 건물 과다 공급으로 임대인, 임차인 모두 고통을 받고 있다"며 "임차인을 못구한 빈 상가로 허다하고 저조한 매출로 폐업하거나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나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발 정부조사단을 세종시에도 파견시켜 속히 의혹을 해소해 주길 간청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원인은 "세종시는 행정수도 일환으로 정부와 LH가 대대적으로 조성하는 계획도시인 동시에, 부동산 투기의 산 현장"이라며 세종시에 투기한 공무원과 LH 직원을 전수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세종 토지 지분 쪼개기 기승
일파만파 확산된 LH 사태 이전부터 세종시 토지는 지분 쪼개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전국에서 땅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만큼, 특정 법인(기획부동산)이 개발이 어려운 임야를 싸게 사들인 뒤 이를 수십개의 지분으로 나눠 파는 행위가 만연했다.
세종시가 자체 결과를 통해 파악한 2월 기준 20명 이상 공유지분 토지는 총 381필지다. 이 가운데 100명 이상이 함께 소유한 토지는 52필지이며 한 야산(연서면 기룡리)의 한 필지 공유자는 무려 770명에 달했다.
최근에는 시의회 의장과 의원이 부인·어머니 명의로 조치원읍 토지를 매입한 뒤 도로포장 예산을 편성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민의힘 세종시당과 세종지역 4개 시민단체는 지난 9일 감사원에 이와 관련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세종시는 전날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 약 6개월 전인 직전인 2018년 2월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무원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지정 수개월 전부터는 대부분 인적이 없는 조립식 주택들이 들어서고, 농지에 묘목이 심어
한 토지 전문가는 "연서면은 산단 지정 직전부터 장군면, 금남면에 이어 돈이 될 땅이라는 분석과 정보가 나돌았다"면서 "세종시 공무원 투기를 발본색원하려면 세종에 조사·수사 역량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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