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콕] "남들이 모두 예스(Yes)라고 할 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 20년 전 영화배우 유오성이 광고모델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한 증권사의 광고문구다. 실제 주식시장에서 유행이나 다수 의견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흔치 않은 '친구'다.
윤센터장은 작년 11월부터 '코스피 2800선 이상에서는 주식시장이 부담스러운 만큼 현금비중을 30~50%까지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지금 장이 좋은데 주식을 다 팔라는 얘기냐'면서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을 거쳐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10년째 리서치센터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비난을 무릅쓰고 경고등을 울리는 건 현재 주식시장 국면이 경험이 적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수익보다는 손실의 쓴맛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현재 주식시장은 우려 요인과 기대 요인이 서로 충돌하면서 유발되는 변동성 장세로서 대응하기 어렵고 실수하기 쉽다"면서 "올해는 시장에 참여하면 할수록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현금 비중을 높이고 기다렸다가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 개선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올해 가장 투자가 유망한 주식으로 코로나19로 저평가된 여행·항공·호텔·쇼핑 등 콘택트 관련주를 꼽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변동성 장세에선 투자 실수하기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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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부터 우려를 얘기했다. 그 뒤 12월, 올해 1~2월까지 장이 좋았다. 저희가 보는 건 당장 '고점이다, 저점이다'라고 하기보다는 지수가 조금 비싸져 있다고 판단이 되면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반대로 작년의 경우 저희는 3~4월에 바이콜(매수 추천)을 했던 하우스이기 때문에 작년 11월 수준에서는 부담스럽다고 얘기했던 것이다. 선플도 있었지만 불편해하셨던 분들이 꽤 있었다. 고생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건 사실이다.
-코스피가 나흘 연속(촬영일 3월9일) 하락했는데 조정은 어디까지.
▷주가가 왜 하락했느냐고 질문한다면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간다. 실적 대비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시장이 올라가려면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나와야 한다. 올해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충만해 있다. 최근 조정 양상을 보면 실적이 좋아진다고 전제가 됐던 것은 달러가 약세가 되면서 이머징 국가로 돈도 들어오고 무역도 활성화되는 것이다. 금리도 구조적인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할인율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유가도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막혀서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유가도 배럴당 65달러를 넘어서 있고 금리도 최근 미국부터 금리 발작이 각국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달러화가 약세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순간 보니 달러당 원화값이 1140원을 넘어서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기업 실적이 좋게 나올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1분기 실적이든 2분기 실적이든 현재 주가 상승 속도를 압도할 만한 실적이 바탕이 된다면 주가가 힘 있게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실수를 줄이는 투자가 낫다. 항상 강조하지만 주식투자는 실수를 줄여야 생존할 수 있고, 생존해야 과실을 딸 수 있다. 실수하기 좋은 장이 뭔가 충돌하는 국면이다. 뚜렷하게 보일 땐 사거나 팔면 된다. 우려 요인과 기대 요인이 공존할 때는 변동성 장세라고 하는데, 현재 구간이 바로 그렇다. 되도록이면 시장 참여를 줄이고 생업에 몰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
-외국인이 5거래일 연속 매도했는데 단순 환율 플레이?
▷모든 것은 섞여 있는 것이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외국인이 한 명은 아닐 것이다.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달러가 약세가 되고 국제교역이 늘어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은 그에 해당되지 않는다. 가치가 주가보다 크다면 수익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국인이 환율과 상관없이 들어온다. 지금은 가치보다 주가가 큰 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태일 수 있다. 물론 종목에 따라서 다를 수 있으니까 제가 보기에는 선별적으로 들어올 것 같다. 의외로 주가 방향이 좋은데도 외국인이 요즘 파는 것이 성장주다. 뜬금없이 쉬고 있는 종목을 사는 것도 있다. 내수주나 금융주가 그렇다. 결론적으로 환율과 주가 가치 비교 측면에서 본다면 아직은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사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실적개선 확인 전엔 현금비중 높여라
-최근 주식시장이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이유는.
▷굉장히 장기적인 자금의 흐름이 주식시장 선호로 온 건 분명하다. 다만 그 자금이 들어오면서 주가가 지나치게 빠르게 올라왔다. 많은 분들이 금리 상승이 경기 호전 때문인데 뭐가 문제냐고 하는데, 금리도 굉장히 빨리 움직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코로나라는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을 겪으면서 모든 금융변수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방향은 좋아 보이는데 비싸다보니 주춤거리는 것이다. 추세가 있을 때는 좋은 것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쭉 올라간다. 그때는 주식을 사서 가만히 있으면 수익이 많이 난다. 작년의 경우가 그랬다.
반대로 주식이 급락할 때는 사람들이 포기하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 올해와 같은 국면은 주식시장에 참여하면 할수록 굉장히 고통스러운 장세일 수 있다. 쉽게 말해 '이제부터 되는 거야' 하는 생각에 따라 들어오면 밀리고, 무너지는 줄 알고 손절을 치면 반등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본능에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변동성 장세가 해소될 때까지 힘들 수 있다. 기업이익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실적장세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시장에 들어가면 변동성 장세에서 고생할 수 있다. 그 시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비싸게 사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보면서 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시장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게 적절한 현금 비중을 가져야 한다. 현금이 왕이 되는 순간 투자해야 돈을 번다. 작년에는 다들 현금이 필요했다. 요즘 들어 걱정스러운 것은 다들 '현금은 필요 없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뭐든 가져야 한다'고만 생각한다. 저는 현금이 왕이 되면 어떤 자산이든 싸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라는 영화에 멋진 대사가 나온다. "투자는 단지 돈만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돈이 이전될 때 유리한 조건에서 받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것을 싸게 넘기려 할 때 받아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적을 확인하고 사면 너무 늦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는데.
▷많은 분들이 그렇게 우려하는데 실제론 실적을 많이 선반영하지도 않는다. 과거 정보 비대칭성이 컸을 때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기업 이익이 좋아지면서 주가가 오를 때는 듀얼 모멘텀, 그러니까 실적 모멘텀과 가격 매력이 겹칠 때 주가가 폭발한다. 그것을 작년 하반기 경험하지 않았나. 실적의 선행성보다도 의미 있는 것이 2017년과 2018년에 있었다. 2017년에 기업실적이 잘 나왔는데도 주가 상승폭이 크지 않아 주가수익비율(PER)이 내려왔다. 다들 2018년에 기업이익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8년 증시는 좋지 않았다. 높아진 실적 기대를 분기마다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이 나왔고 그에 대한 반응이 올해 1월에 나왔다. 올해 1분기, 2분기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기대를 뛰어넘어야 한다. 요즘 어딜 가도 삼성전자 얘기만 한다. 사람들이 반도체 빅사이클을 얘기하고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왜 못갈까. 실적이 올해 기댓값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올해 시장은 실적시즌에 기업 이익이 잘 나오는 좋은 산업의 좋은 기업이 시장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백화점·여행·항공·호텔 콘택트株 유망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데.
▷2000년대 빅사이클이 한번 나왔다. 금리가 낮을 때는 성장이 희소화되기 때문에 성장주들이 좋을 것이다. 경제 온기가 확산돼서 금리가 올라가면 산업 전반이 좋아지니까 경기 순환주들이 좋다는 게 오래된 스타일 투자전략의 핵심 원칙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산업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미국과 중국이 힘을 합쳐 살던 시대다. 2002년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바이든이 미국 의회 상원위원장이었다. 중국이 열심히 생산하고 미국이 소비하니까 서로 균형을 이뤘다. 우리나라에도 좋았다. 두 나라 교역이 좋으니까 배도 만들어 팔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금융위기 이후 각자도생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러한 흐름을 가속화하는 계기였고 관련주들의 밸류에이션을 너무 비싸게 만들었다. 그래서 성장주가 당분간 고생할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할인율이 바뀌고 성장주의 고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고 나면 미래는 다시 그쪽(성장주)에 있을 것이다. 좋은 산업의 좋은 기업 주가 수준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에 시장의 고민은 깊어진다. 반대편에 있는 주식들이 올라오겠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달 보궐 지방선거와 내년 3월 대선, 선거의 주식시장 영향은.
▷선거란 정책을 평가받는 것이다. 이번 정부 가장 실패한 정책은 부동산, 잘한 것은 주식 투자자 인구 확대라고 본다. 삼성전자 액면분할 이후 많은 개인들이 삼성전자 주주가 돼 있다.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가 패배하면 정책의 변화 가능성 얘기가 나올 것이다. 정부도 이미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공급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가고 있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6억원 이하 주택은 풀어주려는 모양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변화가 예상되는데 특히 자산 관련 변화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부동산이 좋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부동산 데이터를 보면 재밌는 것이 코로나 이후 미국 맨해튼에 거주하는 부유층들이 롱아일랜드의 전원주택을 많이 샀다고 하다. 맨해튼 아파트 가격이 궁금해서 살펴보니 중위가격이 120만달러(약 13억7000만원)라고 하더라. 우리나라 서울 아파트 전체 중위가격이 9억5000만원이고, 강남3구는 대략 추정하건대 11억원 이상이다. 맨해튼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부동산도 그리 싸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자산 가격이 1년간 부동산 주식 모두 가파르게 올라온 상황이다. 자산배분 관점에서 어느 정도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올해 가장 유망한 국내주식은.
▷싼 것을 사야 한다. 콘택트 주식들이 싸져 있다. 최근 흥미로운 것은 백화점 주식도 움직이고 의류 업종도 움직인다. 너무 불황이다 보니까 망한 회사들이 많으면 해당 산업 자체가 통합된다. 여행, 항공, 호텔 등이 구조조정이 됐다. 이런 산업은 관광객이 다시 올 경우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파이가 커진다기보다는 파이를 나눌 개체수가 줄어든 산업이 올해 현재 시점부터 연말까지 유망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이 산업 내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도 좋을 것이다. 작년에는 IT와 자동차만으로 통하는 장이었지만 올해 장은 그런 장은 아닐 것이다. 업종 내에서 지위를 강화한 기업, 턴어라운드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진 경우 기회가 있을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플랫폼 기업도 놀랍다. K콘텐츠가 놀라울 정도다. 미나리 같은 영화, BTS의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통하고 있다.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되는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넘어선 기업들이다.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싸지 않다는 것뿐이다. 금리, 환율 등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가 싸진다면 좋은 주주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대출 활용한 영끌 투자는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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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인 2012년 이트레이드증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처음 맡았을 당시 윤지호 전무. /사진제공=윤지호 |
▷제가 제일 자신 없는 것이 바이오주다. 어떻게 원천기술을 밸류에이션할지 고민이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대단한 기업이다. 바이오 산업마저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 위주로 저는 좋게 보고 있다. 다만 이건 하나 유의해야 한다. 대주주의 부담스러운 행위가 있는 기업들은 피해야 한다. 실력이 이미 드러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 중심으로 가면 문제가 없는데, 신약 개발을 이유로 고밸류에이션된 기업은 잘될 확률은 있지만 굳이 거기서 로또를 찾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해외주식 테슬라·아크인베스트 열풍은 식을까.
▷저는 실물경제의 일론 머스크, 금융의 캐시 우드는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뛰어나다고 해서 기업 주가가 선형으로 가지는 않는다. 참고로 골드만삭스에서 적자기업으로 만든 '테크 인덱스'가 있는데 10개월간 5배 올랐다. 그 기간 동안 성장한 기업이 아크인베스트먼트다. 같은 기간 많이 오른 게 비트코인이다. 모든 게 연결돼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 5배 올랐는데 앞으로 5배 더 오를 확률보다는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오늘 촬영일(3월 9일) 새벽에 캐시 우드가 CNBC에 나왔다. 주목할 것이 예전에는 캐시 우드가 한마디 하면 보통 시장이 돌아섰는데 오늘은 그러고 나서 나스닥이 더 빠졌다. 많이 달려왔기 때문에 쉬어갈 시간이 된 것이지, 그들의 미래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분석 전문가로서 개인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스탠리 디러큰 밀러라고 소로스의 펀드를 이어받은 사람이 있다. 책을 읽다보니 이 사람이 '소로스는 자신에게 선택의 옳고 그름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옳은 선택을 했을 때 돈을 얼마나 벌고, 잘못된 선택으로 얼마나 돈을 적게 잃는가를 배웠다'고 했다. 일반투자자도 알아야 할 것이 투자를 해서 '얼마를 벌 것인가'만 생각해서는 돈을 버는 걸 유지할 수 없다. 버는 것만큼 중요한 게 내 판단이 틀렸을 때 '얼마나 손해를 적게 볼 것인가'이다. 장기 투자가 답이라고 하지만 인간의 본능은 손실에 대해서 견디기 힘들다. 투자를 결정할 때 너무 위험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 그리고 급하게 보유 자산을 넘기지 않으려면 부채가 과다해선 안 된다. 레버리지를 적게 써야 한다. 주식은 폭발적인 수익률을 거두는 게임이 아니다. 작년에 30%의 수익을 얻었다고 매년 그럴 수가 없다. 빼어난 투자 구루(대가)는 실수를 피하는 게임을 잘하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실수를 줄이는 게임을 해야 생존할 수 있고 그런 사람이 현금을 보유할 수 있고 결국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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