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를 사전에 취득한 광명시와 시흥시 공무원이 14명으로 드러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해당 지역 토지 거래 사실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신도시 예정지 사전 투기 의혹이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지자체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광명시와 시흥시는 10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광명시는 "당초 언론이 보도한 6급 공무원 1명 등 총 6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를 사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직급별로는 5급 공무원 2명, 6급 공무원 3명, 8급 공무원 1명으로 행정직과 기술직이 혼재돼 있다. 이 중 6급 공무원 A씨는 불법으로 토지형질변경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사자들은 감사 부서의 1차 조사에서 "토지 매입 당시 개발 부서에 근무하지 않았고, 내부 정보를 이용하지 않아 투기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퇴직 후 농사를 짓기 위해 샀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흥시는 "10일까지 2071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나온 1명과 자진 신고한 7명을 합해 총 8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토지를 취득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체 조사로 확인된 5급 공무원 1명은 지난해 10월 광명시 1개 필지(제방·91㎡)를 취득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자진 신고한 7명은 1980년부터 2016년까지 해당 토지를 상속 등으로 취득해 투기를 의심할 만한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임병택 시흥시장의 설명이다.
LH 직원과 공무원 등이 개입한 신도시 지역 사전 토지 거래 의혹은 경기도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검암 역세권 공공주택지구, 부천 대장 등 경기도 내 다른 개발지역에서도 지구지정 발표 직전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이상거래 의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부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현행 수사 체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검찰과 경찰은 LH 투기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부동산 분야 전문 검사 1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간담회에서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제도 마련에 국회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광명 = 지홍구 기자 / 이윤식 기자]
지자체공무원까지 땅 매입
제방은 보상때 별도 평가대상
토지 전문가 아니고선 못사
일부는 임용전 매입·상속받아
사전정보 유출 불법입증 관건
주민 "우린 신도시 예상 못해
공무원가족도 수사하라" 울분
"주민들은 농사지어 근근이 먹고살고 있는데 담당 공무원들은 땅 투기로 떼돈을 벌고 있었네요."
10일 광명시와 시흥시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로 공무원까지 신도시 지정 전 토지 매입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 주민들 분노가 들끓고 있다.
광명7동에 사는 김 모씨(61)는 "이 지역 토박이들은 신도시 지정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며 "결혼을 앞둔 우리 애들 집도 못 구한 상황이다. 뉴스를 보다 화가 치밀어 TV를 꺼버렸다"고 말했다. 시흥시 신천동에 사는 한 주민도 "공무원 가족들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차명 거래 등도 있을 수 있으니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같은 날 오후 광명시 소속 공무원이 지난해 산 것으로 알려진 노온사동의 한 필지에서 만난 주민은 "이 땅에는 원래 비닐하우스가 있었는데 올겨울인가 이를 없앴고 나무들도 뽑았다"고 전했다. 그는 "땅 소유자라는 사람이 지난 주말에도 이곳에 왔었는데 공무원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주민은 "이 땅은 농사 짓기 좋은 것 외에 장점이 없는 땅"이라며 "대토보상을 노리고 매입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폐기물업자로 알려진 부자가 인근 땅을 사러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땅을 매입한다는 현수막도 달렸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시흥시 분위기도 비슷했다.. 전날 만난 신천동의 40대 여성은 "신도시 투기는 그들만의 리그"라며 "시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지만 3기 신도시 지정은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서 광명시 공무원 6명과 시흥시 공무원 8명이 토지 취득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중 몇명은 보상을 노리고 토지를 매입한 정황이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시흥시의 한 5급 공무원은 지난해 10월 경매를 통해 '제방' 91㎡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방은 공작물로 분류돼 토지보상 시 별도 평가 대상이 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도시 지정 발표 전 제방에 속한 토지를 산 것을 볼 때 토지보상에 대해 지식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광명시의 한 공무원은 광명 노온사동 토지 1322㎡를 지난해 7월 7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역시 시기나 토지 규모를 볼 때 대토보상이나 새 아파트를 노리고 샀다고 볼 수 있는 거래란 것이 전문가들 평가다.
이에 대해 박승원 광명시장은 "정부합동조사단과 협력해 조사 대상자를 공무원 가족으로까지 확대해 조사하겠다"면서 "위법·부당행위가 확인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징계·고발 등 일벌백계해 시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직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1차 조사에서 "토지개발 부서에 근무한 사실이 없고 내부정보를 이용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퇴직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농지를 구입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취재 과정에서도 납득 가능한 취득 경위가 확인됐다. 명단에 포함된 광명시의 한 공무원 가족은 기자를 만나 "외국에서 살다 귀국한 딸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땅을 쪼개 증여했다"고 밝혔다. 현장 확인 결과 해당
임병택 시흥시장은 "시흥시 공무원의 경우 제방을 매입한 1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취득 시기가 오래됐고 상속 등을 통한 것이어서 투기로 의심할 만한 특이사항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광명 = 지홍구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