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1년 '묻지마 대출' 청구서 ◆
↑ 최근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늘며 부실 우려가 커진 가운데 10일 한 시중은행 기업 대출 창구에서 직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정부와 금융권이 코로나19로 급락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금융 지원을 늘리는 정책을 실행한 지 1년 만에 금융부실이 부메랑이 돼 날아오고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보일 때는 그 충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충격의 시발점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에서부터 발견된다. 대기업이나 가계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은 중소기업대출이 올 들어 500조원을 돌파하며 금융권에 부실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의 자영업자(소호)를 포함한 중기대출 잔액은 50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기대출 잔액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월 말 416조7000억원에서 2020년 1월 말 448조원으로 1년 새 7.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6.8%)과 엇비슷했다. 이후 코로나19 1년 동안(2020년 1월 말~2021년 1월 말) 중기대출은 무려 55조원(12.3%)가량 급증하며 은행권 부실의 뇌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기대출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시중은행 연체율만 놓고 보면 중기대출이 대기업대출이나 가계대출보다 높은데도 당국의 규제는 가계대출에 쏠려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B은행의 지난 1월 말 중기대출 연체율은 0.38%로, 대기업대출 연체율(0.17%)보다 2배 이상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기나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대인 것은 매출 감소만 증명하면 원리금 상환이 유예됐기 때문"이라며 "은행 내부에서도 연체율 수치보다는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의 연체율 비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대출의 부실 정도는 중소기업 상장사의 이자보상배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는 능력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1 미만인 곳은 사업 경쟁력을 상실한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좀비기업 비율은 2019년 39.4%에서 작년 9월 말 기준 46.5%로 급등했다. 이 같은 부실 우려에도 은행들이 중기대출만 늘리고 있는 것은 이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 자금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보증하는 소상공인대출이 또 다른 부실의 뇌관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소상공인 정책자금대출 현황'에 따르면 소진공의 소상공인 정책자금대출 연체액은 올 1월 1934억원으로, 2019년 말(1228억원)보다 5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641억원)에 비해선 201.7% 증가한 규모다.
지역별 직접대출 연체율을 보면 광주가 9.2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경북과 울산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했던 지역의 연체율도 8%를 훌쩍 넘었다. 문제는 소진공과 지역신보대출이 부실화되면 결국 세금
윤창현 의원은 "연체액보다 신규 대출이 더 많이 늘면 연체율은 양호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난다"며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적용되는 지금이 부실 대출 처리 방안을 미리 마련할 수 있는 적정 시점"이라고 정부의 선제적 대책을 주문했다.
[문일호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