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폭 감소했던 신용대출이 이달 들어 다시 증가한 것은 이달 중순께 나올 금융당국의 초강력 대출 규제 예고에다 최근 주식시장 조정기에 일부 '빚투(빚을 내 투자)' 수요가 가세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자금시장에서 채권 금리가 오르고 이는 다시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경고음도 울리고 있어 주목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136조2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135조1683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4영업일 만에 1조326억원이 늘어났다. 작년 하반기 이후 급등세를 타던 시중은행 신용대출은 2월에 전월 대비 소폭 감소하면서 한풀 꺾였다가 3월 들어 다시 급등하는 모양새다.
이들 5대 은행의 신규 마이너스통장도 지난달에 이어 하루 2100건 이상씩 개설되고 있다. A은행에서는 지난 2일 283건이었던 마이너스통장 개설 계좌 수가 5일 306건으로 늘기도 했다.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세는 이달 중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를 앞두고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가 몰려 생긴 현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금융기관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차주별(개인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DSR 40%가 차주별로 적용되면 개인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여기에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선 원금 분할 상환 의무화까지 예고했다.
앞서 작년 11월에도 금융당국이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40% 규제를 발표했는데 이 대책이 실행되기 전 일주일 동안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1조5000억원 급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생활고 때문에 신용대출이 늘고 있는데 빚투를 막겠다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란 의견도 내놓는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장금리 상승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이자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작년 7월 말만 해도 2.92%였는데 같은 해 11월 3.01%로 3%를 넘기더니 올해 1월에는 3.46%까지 올라섰다. 이에 따라 은행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일호 기자 /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