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 못쓰는 한국증시 ◆
↑ 9일 코스닥지수 900선이 붕괴된 가운데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시세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이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 세계 증시를 주도했던 기술주가 이달 들어 주춤한 결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세계 경제가 정상화 수순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언택트(비대면)' 생활과 밀접한 기술주를 꾸준히 팔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차화반(자동차·화학·반도체)' 종목을 대거 팔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모두 삼성전자였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 뒤를 이어 SK하이닉스도 대거 팔았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 증시를 주도한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결과다. 이달 들어 9일까지 코스피가 1.22%, 코스닥지수가 1.92%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는 미국 기술주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은 8일(현지시간) 기준으로 고점 대비 주가가 18.72% 빠졌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또한 주가가 올해 고점 대비 36.25% 폭락한 상태다. 언택트 수혜주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아마존도 고점 대비 주가가 12.66% 떨어졌는데, 지난해부터 미국 증시를 주도했던 대형 기술주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대장주가 주춤하자 기술주 전반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와 AMD는 주가가 고점 대비 각각 24.38%, 23.95% 급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주목을 끌던 배터리(2차전지) 또한 된서리를 맞았다. 배터리 업체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배당으로 돌려주는 수익이 적다. LG화학을 예로 들면 지난해 연간 배당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배당수익률이 9일 1.16%에 그친다. 미국 S&P500 평균 배당수익률이 1.5%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편이다. 그만큼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LG화학 주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했던 것인데, 최근 들어 미국 장기 금리가 상승세로 접어들면서 주가가 조정을 거치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경기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어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2위 업체인 LG화학은 고점 대비 주가가 9일까지 16.2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이 성장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전기차 업황이 반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