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공제회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투자전략 확대를 앞두고 대기업들의 비위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삼성·SK 등 주식 비중을 줄이면 향후 투자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ESG 투자전략 적용 과정에서 국내 대기업 범위를 두고 수익률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수소발전, 전기차 도입, 풍력과 태양광 등으로 친환경(E)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사회적 책임(S)과 투명경영(G)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 기업 오너가의 범죄 의혹이나 오너가 사이에서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검찰 기소에 따라 이미 구속돼 있는 상태다. 비단 삼성·SK뿐만 아니라 한진그룹이나 한국앤컴퍼니그룹 등은 오너 일가 사이에서 경영권 분쟁도 겪고 있다.
기관투자가들 우려는 결국 목표수익률 달성 여부다. ESG 투자를 전면 적용하면 이 같은 문제가 있는 회사의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하는데, 이들 회사의 국내 주식 비중이 크다 보니 벤치마크와 괴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목표수익률을 코스피200 수익률에서 플러스 알파로 설정하는데, 여기에 삼성그룹과 SK그룹이 빠지면 시가총액 절반은 추종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삼성이나 SK가 반도체·정보기술(IT)·바이오까지 핵심 4차 산업의 주요 종목이기 때문에 이들을 제외하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주식투자 부문에서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거나 최근 4차 산업이나 뉴딜펀드와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ESG 기준이 강화되면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지 못하고 지수 내 일부 기업을 솎아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있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전기차배터리 핵심 회사인 삼성SDI나 SK이노베이션 등이 제외 대상에 오른다면 지수나 ETF 대표성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은 지난해 해외지수 추종 투자에서 지수 내 대마초 관련 기업이나 전범기업이 포함돼
한 공제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시장 흐름을 따라가면서 초과수익을 내는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데, 일부 대형사를 ESG 문제로 제외해버리면 주식 운용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며 "ESG 투자 기준은 올해 민감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