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5.41% 떨어져 2762.75에 마감했다. 지수가 담고 있는 주요 기업 주식 매도세가 집중된 탓이다. 이날 미국 엔비디아가 6.97% 하락해 1주당 463.73 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램리서치(-8.23%)와 자일링스(-6.55%),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5.81%), 뉴욕증시 상장 종목 대만 TSMC(-5.69%) 가 줄줄이 떨어졌다.
인텔은 1.47% 하락하는 데 그쳐 비교적 낙폭이 적었지만 인텔 주가가 떨어지면서 장중 최고치를 달리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상승폭도 줄었다. 반도체 부문 주가가 급락한 배경은 최근 꾸준히 상승세를 달리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세 때문이다.
8일 재무부에 따르면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1.56%)에서 또다시 오른 1.59%에 마감했다. 지난 주말 미국 연방 상원이 1조9000억 달러 대규모 부양법안을 통과시킨 여파로 국채 금리가 또다시 오르자 반도체 등 기술주 고평가 우려가 더 부각됐다.
이어 개장한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는 9일 오전 외국인 순매도세가 이어진 장 초반 삼성전자 주가가 1% 가까이 하락하고 SK하이닉스는 2%대 낙폭을 긋는 분위기다. 한편 중소형주인 서울반도체는 2%선, DB하이텍은 4%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월가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데이브드 테퍼 애팔루사매니지먼트 창업자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더한 약세장으로 가기는 어렵다"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 사태를 야기한 국채 매도세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채 가격과 국채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매도세가 집중된 탓에 가격이 떨어지면 국채 금리가 오르는 식이다.
한편 웨드부시 증권은 앞으로 6~12개월 간 오를 만한 유망주식으로 AMD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과대 낙폭주이지만 최근의 주식시장 기술주 급락 사태에 따른 조정이 마무리되면 상승세가 돋보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에버코어ISI의 데니스 드부셰르 거시경제 연구원도 메모를 통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지금은 우량 기술주를 저점 매수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드부셰르 연구원은 "지난 주 기술주가 5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고 특히 나스닥 지수 포함 종목 18.6%가 과매도 상태"라면서 "다만 10년물 국채금리가 2%선이 되더라도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러는 점에서 고성장·고수익 기술기업 투자가 괜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기술주 급락·미국 국채금리 급등'사태를 부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옐런 장관은 8일 MSNBC 인터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옐런 장관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실업률이 3%대였지만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아질 기미는 없었으며 너무 높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낮았다"면서 "지금 경제는 'K자형 회복'이 진행 중일 뿐이며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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