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2대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연초 대비 삼성전자가 1%대 수익에 그치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두자리수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관련 실적 부진 등으로 SK하이닉스 대비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변화가 주가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00원(0.12%) 내린 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 이후 사흘 연속 하락세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3% 가량 내린 13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다소 부진했지만 기간을 넓히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사뭇 다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8만1000원에 마감한 뒤 이날까지 1.4% 오르는 데 그친 반면 SK하이닉스는 11만8500에서 20% 가까이 올랐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장중 15만원을 돌파하기도 하면서 20년만에 최고가(주가 환산 적용)를 기록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자 증권가에서도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높히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0만원까지 상향 조정했고 KB증권, 키움증권 등도 19만원을 제시하며 주가의 지속 상승을 점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삼성전자의 주가가 주당 9만원을 돌파하자 처음으로 '십만전자'를 예상하는 리포트가 나왔지만 이후에 주가가 횡보하는 흐름을 나타내며 증권사의 목표주가도 10만원 부근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022년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 2018년 고점을 상회할 전망"이라면서 "향후 가파른 실적 컨센서스 상승에 의한 주가 상승 지속을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이들 사이에 온도차가 느껴지는 이유는 비메모리 반도체 때문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두 기업 모두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이슈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점이 주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거의 없고,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기 때문에 최근 가격 상승 수혜를 오롯이 받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의 반도체 대형주 중에서 SK하이닉스 주가의 일일 변동 폭이 커지자 D램 업황 개선이 주가에 반영됐으니 SK하이닉스 비중을 줄이고 삼성전자를 늘리면 어떠냐는 질문이 지난주에 많았다"면서도 "삼성전자의 경우 텍사스 한파 등 시스템 반도체 관련 이슈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점이 주가에 부담스러운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미약하기는 하지만 낸드 플래시 업황 개선 신호가 조금씩 감지된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낸드 플래시 업황의 개선 흐름은 SK하이닉스 주가에 영향을 끼치는 주당순이익(EPS)과 주가수익비율(PER) 중 EPS 상승 효과보다 PER 재평가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분쟁과 코로나19 발발 이후 이어지던 낸드 플래시 손실 국면을 탈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이 사상 최악의 한파로 셧다운되면서 지난달에만 1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 오스틴 공장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정전 사태로 전기 공급이 끊긴 뒤 현재까지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공장이 정상 가동을 하기까지 2~3개월은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민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영업 이익 추정치를 1900억원에서 116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다"면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텍사스 한파 영향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당분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변화가 삼성전자 주가에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반도체 부문에서 파운드리 신규 팹 초기 비용 증가와 미국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시스템LSI 실적 부진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kissmaycr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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