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사진)이 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규제지역이 확대되면서 건설 업계와 재건축 조합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개발사업을 기피하게 됐다"며 "그 결과 도심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로또분양' 역시 분양가상한제의 결과라고 지적하며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면 특정인(청약 당첨인)에게 과도한 불로소득이 돌아가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보유세와 거래세를 강화했지만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보다는 증여가 늘어나는 등 시장 왜곡과 자산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특히 거래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배 수준에 달하는 만큼 한시적으로라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는 등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향후 금리 인상과 부동산 하락기를 대비해 대출 규제는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상환 능력이 충분한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함과 동시에 무주택자에게 인기가 많은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과 같은 정책금융 상품은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김 회장은 "25차례에 걸쳐 주택 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신뢰를 얻지 못했음을 정부도 결국 인정했다"며 "최근 발표한 2·4 대책은 이전 대책과 달리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을 원하는 곳에 충분하게 공급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간 내에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려면 도심 개발 사업, 재개발·재건축 등에 민간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런 맥락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에도 공공 주도 사업처럼 재건축부담금, 분양가상한제 등을 완화해주면 민간의 참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발 사업을 통해 민간 업체가 과도한 개발 이익을 얻는 게 부담스럽다면 공공 주도 사업에서 얻는 수준의 이익을 제외한 나머지를 현물·현금으로 거둬 공공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면 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개발 사업이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공공 주도 사업은 용지 확보,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등을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도 없다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토지 소유자를 설득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민간은 이해관계자 설득, 갈등 조정 등 개발 사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창의성과 재원 활용 면에서도 공공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건설 업계의 우려도 전했다. 김 회장은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인데 고의범에 준하는 처벌을 가하도록 하는 등 처벌 수준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신기술 도입 등 안전 관리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세제혜택이나 재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 안전 투자를 유도하고, 무리한 공기 단축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적정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1일 제28대 대한건설협회장으로 취임했다. 1952년 경남 김해 출신으로 시공능력평가 70위권인 '한림건설'을 이끌고 있다.
[김동은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