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넘은 관치금융 ◆
작년 하반기 시중은행 한 곳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부응한다며 '태양광발전사업자 우대 대출' 조건을 크게 완화했다. 상환 능력 지표를 낮춰주면서 대출 대상자가 넓어졌고, 대출 기간도 당초 최대 15년에서 20년으로 길어졌다. 대출 한도 역시 크게 늘려주면서 태양광사업자의 대출 가능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금리 우대 혜택이 추가돼 이자 부담도 낮아졌다.
이 대출을 알아봤던 한 중소법인 대표는 "태양광 수익성이 점점 떨어져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졌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조건이 좋아져 놀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태양광 대출은 일반 대출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현 정부와 금융당국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 덕분이다. 은행들은 그린뉴딜에 앞장서겠다며 저마다 전용 상품을 내놨고, 이에 따라 대출 잔액이 폭증하고 있다. 25일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2017년 말 태양광 대출 잔액은 2조7305억원이다. 이 중 신한·우리은행은 태양광은 물론 풍력·조력·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대출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문재인정부 첫해가 지난 2018년 말에 이 대출은 19.8% 급증한 3조2717억원으로 늘어났다. 이후에는 연간 증가율이 다소 꺾였으나 꾸준히 늘어 작년 말에는 4조원을 훌쩍 넘었다.
은행들은 이 같은 태양광 대출 급증에 따라 부실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태양광사업의 수익성을 뜻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작년 말 현재 3만원대로, 4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태양광 대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지만 당국 눈치를 보느라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실적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부실 대비 관리 비용인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려 쌓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 5대 은행의 작년 충당금 전입액은 2조6019억원으로, 2019년(9659억원)보다 169.4%나 급증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5대 금융지주가 모두 이 같은 신재생 관련 대출을 크게 늘리겠다고 선언하면서 금융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작년 이후 5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