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 제공 = 토스 공식 유튜브] |
시작은 미미했다. "저는 약간 취업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들었어요." 2016년 12월 김유리 토스 경영기획 총괄은 처음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를 생생히 기억했다. "거의 움막이었어요. 거지 소굴? 사무실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초기 식구인 남영철 매니저의 기억도 비슷하다. "너무 비좁아서 의자를 뒤로 조금 빼기만 하면 서로 등이 부딪히는 원룸 오피스텔이어서 한 명이 기침만 해도 방이 쩌렁쩌렁 울렸어요."
토스가 처음부터 금융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살면서 자주하는 건데 불편한 걸 찾자.' 이게 목표였다. 그렇게 이들 눈에 들어온 게 금융이다. 컴퓨터로 인터넷뱅킹을 하려면 액티브X를 깔아야 했다.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는 로그인도 쉽지 않고, 원하는 상품을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 대표는 "만약 금융을 간편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수많은 사람의 삶과 그들의 시간을 엄청나게 줄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적 규제 산업인 금융의 문턱은 너무 높았고 은행은 보수적이었다. 은행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토스가 보낸 손편지만 수백 통이다. 안지영 토스 상품 총괄은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은행 지점장들에게 손편지를 썼다"며 "편지만 몇 백 통을 써서 보냈다"고 말했다. 첨단 인터넷기업이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때는 손편지를 써야 할 만큼 절박했다. 당시 토스는 IBK기업·NH농협은행 계좌로 송금하면 추첨을 통해 상금을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안 총괄은 손편지에 토스를 소개하고 지점 직원들에게 이벤트를 이야기해 달라는 글을 적었다.
이 대표는 2015년 당시 대통령 앞에서 "핀테크 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은행 등 금융회사 태도가 정말 너무나도 보수적입니다. 은행들도 전향적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좀 독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시 행사장은 5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서는 토스의 문화도 엿볼 수 있다. 토스에서는 매주 전 직원이 모여 사업 전략을 논의한다. 영상 속 이 대표가 사업 계획을 이야기하자 직원들 반대가 이어졌다. "왜 그걸 고친 다음 진행하지 않고 숙제처럼 해야 하냐" "저런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정책이 진행되는 게 너무 섣부르다"는 식이다. 결국 이 대표는 직원들 우려를 듣고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김 총괄은 "예전에 대기업에 다닐 때 사장님 간담회에서 편하게 이야기했는데, 그다음부터 간담회가 없어졌다"며 "여기서는 누구나 '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했다. 토스는 민감한 정보 외에 모든 정보를 직원들에게 열어뒀다. 안 총괄은 "어느 기업이나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정보가 쏠리고, 정보가 많으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
영상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의장도 '깜짝 출연'했다. 김 의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사회적 변화에 대해 빨리 대응해 고객에게 좋은 성과물을 만드는 게 혁신의 가장 큰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