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개조 승부사 PEF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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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만난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자산운용사로서 MBK파트너스의 목표는 출자자에게 돌려줄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제로금리 상황에서도 국내외 연기금과 기관투자가의 투자 수익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글로벌 기업 최대 화두인 환경·책임·투명경영(ESG)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기업의 ESG 지표를 개선하는 것이 펀드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윤 부회장은 "MBK파트너스가 설립되던 당시엔 ESG가 정착되기 이전이었지만 우리는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가장 중요시했다"며 "피투자사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이사회를 통해 특정 주주가 아닌 모든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인 홈플러스는 2019년 1만4283명의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현재 정규직 비율이 98%를 넘는다고 한다.
윤 부회장은 글로벌 투자그룹 칼라일 재직 시절 만난 김병주 회장과 함께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그는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코웨이, 두산공작기계 등 MBK파트너스가 한국에서 진행한 주요 인수·합병(M&A) 거래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2004년 4조원 약정 규모로 시작한 한국 PEF시장이 최근 약 100조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목도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다음은 윤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국내 PEF 1세대로서 PE 업계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MBK파트너스의 설립 파트너들과는 벌써 21년째 호흡을 맞추며 일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유례가 없는 장기간의 파트너십이다. 시장 발전과 궤를 맞춰 MBK파트너스 역시 234억달러(약 25조8336억원) 이상을 운용하는 아시아 최대 독립 PEF 운용사로 성장했다. 이제는 우리뿐 아니라 다양한 국내 PEF 운용사가 글로벌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갖고 존중받고 있다.
―PEF는 피투자사의 고용을 축소하거나 사회공헌이 적다는 비판도 받는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지난 16년간 한국에서 진행된 17개 투자 부문에서 노사 합의를 거쳐 희망퇴직을 진행한 금융권 투자사(오렌지라이프·롯데카드) 등 3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규직 인원이 증가했다. 코웨이, 두산공작기계, 모던하우스, 대성산업가스, 골프존카운티 등 우리가 투자해온 기업들 고용 인원이 이를 증명한다. 홈플러스는 대규모 정규직 전환 이후 퇴사율이 대형마트 3개사 중 가장 낮다. PEF 운용사가 고용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 순이익의 1% 상당을 기부하는 '오렌지희망재단'을 설립했고 여성 파트너 선임에 신경을 써 다양성을 높여왔다.
―PEF가 한국 경제에 크게 기여한 부분은 무엇인가.
▷국내 제조기업들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것에 비해 금융업 분야 경쟁력은 약했다. 국내 최대 은행도 아시아에서 20위권 안팎이고, 가장 큰 생명보험사 역시 아시아 10위권이다. 하지만 국내 PEF 운용사들은 아시아 리더 위치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2019년에 글로벌 투자 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nstitutional Investor)'에서 발표했듯이 글로벌 경영권 인수 PEF 운용사 중 가장 꾸준한 수익을 내는 '4대 펀드 운용사'에 들어갔다. 운용자산 규모나 실적에서 아시아 1위다.
―우리 경제 역동성을 키우는 측면에서 PEF 역할을 평가한다면.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중견·중소기업들 체계화를 이끌고 기업들에 베스트 프랙티스(세계 최고 성과를 창출해낸 운영 방식)를 도입하게 해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더불어 대기업이나 외투기업에 한정됐던 최고경영자(CEO) 풀(pool)을 육성하는 데 기여했다. PE 업계가 발전하면서 자산운용 인력의 질적·양적 성장도 이끌었으며, 투자·법률·회계 자문 등 전문 서비스 영역의 질적 향상도 함께 이끌었다고 본다. 금융 수요 입장에서는 PEF 운용사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대체 파이낸싱 수단이 생겼다.
―아시아 최대 독립 PEF 운용사라는 점에서 갖는 부담감은 없나.
▷'출자자의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우리 투자 철학과 목표를 일관성 있게 지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 구조조정 자체가 우리와 같은 PEF 운용사 목적은 아니다. 이는 기업가치 제고 과정에서 파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역시나 기업가치를 높이는 중에 골프존카운티와 같이 시장 통합을 이룩할 수도 있고, 오렌지라이프 사례와 같이 시장 전반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피인수사 구성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것도 PEF의 주요 과제일 듯하다.
▷성공적인 PEF의 운용 전략은 단순하다. 직접적인 당사자들, 즉 출자자와 운용사(GP), 피투자사(기업)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데 있다. 포트폴리오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면, 운용사에는 성공적인 트랙 레코드가 남고, 연기금과 같은 출자자들에게는 수익률로 그 혜택이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일치될 수 있도록 우리는 피투자사의 경영진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성과 기반의 스톡옵션 등을 제시함으로써 그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MBK 일군 韓中日 투자전략
창업자가 현역으로 뛰는 中기업
재도약 기회 함께 모색하는 편
韓 대기업과의 협업 더 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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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이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개국에 집중한다는 투자 전략은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한·중·일 집중 전략은 3개국이 거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그리고 비즈니스 프랙티스(사업 관행)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투자 확장성을 꾀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 내부적으로는 '스리 컨트리즈, 원펌(Three Countries, One Firm)'의 기업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톱 운영 수준을 유지하면서 한·중·일 3개국 각각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MBK파트너스만의 고유한 전략이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MBK파트너스가 실행하는 투자 전략은 각각 어떻게 다른가.
▷한국에서는 기업의 대외 여건 변화로 인한 투자 기회를 살펴보곤 한다. 중국에선 지난 10년여 간 기업들이 급성장했지만, 아직 1세대 창업자가 경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과 함께 기업을 제도화·체계화해 제2 도약을 이끌어내는 파트너십 모델을 주로 추진하고 있다. 12개의 투자 사례에서 이런 경우가 10건이 넘는다. 일본은 수천 개의 상장된 미드캡(mid―cap) 회사가 있으나 이들 중 상당수는 커버리지가 잘 안 돼 기업가치가 평가 절하돼 있거나 운영 효율이 떨어진다. 이런 기업들은 종종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되곤 하는데, 이 경우 우리는 경영진의 인수(MBO·Management buyout)를 지원하는 백기사 역할을 한다. 일본에서 이뤄지는 투자의 60% 정도는 이러한 MBO 지원 사례다.
―투자를 결정할 때 최우선으로 들여다보는 부분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투자금 대비 2.3배의 운용 실적을 기록 중이다. 성과의 80%는 피투자사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성장에서 비롯됐다. EBITDA 성장을 다시 들여다보면, 60%는 매출 증대, 그리고 40%는 운영효율화를 통해 이뤄졌다. 이 두 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투자 결정 시 우선적으로 보는 부분이다.
―대기업이 PEF의 기업가치 창출 능력을 인정하고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보는가.
▷대기업과 PEF 사이에 더욱 다양한 협업 사례가 생기길 바란다. 한국보다 더욱 보수적인 경영 문화를 가진 일본에서조차 기업들의 PEF를 향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해서 양자 간에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
▶▶He is…
△1962년 서울 출생 △조지타운대 경제학과 졸업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석사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미국 KPMG 근무 △KPMG 산동회계법인 파견 △칼라일코리아 공동대표 △MBK파트너스 한국법인 대표 및 부회장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