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發 한국증시 재평가 ◆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이 발표된 뒤 최근 사흘간 쿠팡 밸류체인에 속한 16개 기업 주가가 평균 52.04%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시가총액은 무려 1조5524억원 늘었다.
16개 상장사 대부분이 규모가 크지 않은 코스닥 업체인 것을 감안하면 '쿠팡 효과'를 실감하게 한다. 쿠팡 기업가치가 최대 55조원(약 5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네이버 카카오 이마트 등 국내 유통·인터넷주에 대한 재평가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한국 증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17일 쿠팡 관련주 중 다날 서울식품 KCTC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쿠팡 1위 결제업체인 다날은 전 거래일 대비 1540원(29.96%) 상승한 668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날은 쿠팡 내 휴대폰 전자결제대행(PG)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쿠팡 미 증시 상장에 따른 결제 수혜주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팡과 물류·창고업무에서 제휴 중인 KCTC와 쿠팡이 출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쿠팡플레이'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KTH, 쿠팡에 쿠키와 피자 등 식품을 납품하는 서울식품 등도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 급등세를 보인 쿠팡 물류운송업체 동방은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며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골판지 포장업체인 대영포장은 사흘간 119.18% 올랐다.
쿠팡 밸류체인 상장 기업 분석해보니
골판지·물류센터·납품 등
쿠팡 관련주 연일 주가 급등
온라인동영상 서비스 도전장
KTH 등 콘텐츠 협력사 관심
"당분간 묻지마 상한가 예고
쿠팡효과 옥석가리기 진행"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진 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쿠팡 관련주' 찾기에 나섰다. 온라인 결제에서부터 골판지, 물류센터, 배송, 트럭 제작·납품 등 쿠팡과의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들의 주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급등했다.
설 연휴 휴장 후 개장한 15일 첫날에는 주로 골판지·배송 업체들이 쿠팡 효과를 이끌었고 둘째 날은 PB 납품업체의 주가가 날았다면 17일에는 결제 관련 업체들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쿠팡 효과'의 여진이 계속될 뿐 아니라 관련주 중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쿠팡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이 어떤 기업들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쿠팡에서 물건을 구입하려면 일단 결제를 해야 한다. 쿠팡의 결제 관련 수혜주로는 다날이 꼽힌다. 다날은 휴대폰결제, 신용카드, 가상화폐, 간편결제 등 종합 결제서비스(PG)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쿠팡의 휴대폰 결제서비스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알려졌다. 다날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717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가량 증가했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 자체 거래액 증가와 쿠팡 내 점유율 확대 효과가 동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 배달의민족 등에서 가파른 결제액 증가세를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자체 식품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식품공업은 최근 이틀째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서울식품공업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식품은 쿠팡에 곰곰콤비네이션피자, 곰곰클레이쿠기, 곰곰통밀고르곤졸라피자 등 피자류와 냉동생지를 공급하고 있다. 미래생명자원 역시 지난 이틀 새 상승세가 돋보였다. 이 회사는 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쿠팡의 반려동물 브랜드(탐사)를 통해 반려동물 전용 건강기능식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역시 이날 상한가를 기록한 KCTC는 쿠팡의 물류 협력사 중 하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6일 주식시장에서 KCTC 주식을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뿐만 아니라 2018년 쿠팡과 물류전담 운송사 계약을 체결한 동방은 최근 가파른 주가 급등에 투자위험 종목으로 분류돼 이날 거래가 정지됐다.
쿠팡의 최대 강점은 직매입을 통한 구매력(바잉파워)과 물류 배송능력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쿠팡 물류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영포장 등 포장업체와 동방 등 배송업체가 대표적인 쿠팡 관련주로 꼽힌다. 대영포장은 골판지 원단과 골판지 상자를 일괄 생산·판매하는 골판지 전문업체다. 택배산업의 성장세에 따라 2차포장 수요가 늘고 있지만 판매단가 인하로 실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액(2607억원)은 전년 대비 3.5% 줄었지만 영업이익(47억원)은 64.9%나 하락했다.
쿠팡 물류전담 운송사로 알려진 동방은 항만 등에 물류거점을 보유하고 화물자동차운송(41%), 항만하역(32%), 선박운송(26%)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1388억원)은 4.8% 줄고, 영업이익(47억원)은 15% 감소했다. 한솔로지스틱스, 한익스프레스, 인터지스 등 물류업체는 쿠팡발 물류량이 늘어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쿠팡이 신산업 분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도전장을 내밀며 쿠팡의 콘텐츠 협력사들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1만5000여 개의 영상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KTH는 쿠팡의 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에 디지털 영상
쿠팡의 상장으로 비상장 상태인 이커머스업체의 상장 여부도 눈여겨볼 만하다. 티몬의 경우 지난해 미래에셋대우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후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11번가 역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나 관련 내용이 공식화된 적은 없다.
[강봉진 기자 /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