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승리로 끝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의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과가 증시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경쟁력 약화'로 해석되고 있다. 향후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에서 SK이노베이션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에 주목해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과 또 다른 배터리 완제품 업체 삼성SDI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를 통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합의금 규모에 따라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15일 LG화학은 전거래일 대비 3만원(3.13%) 오른 99만원에, SK이노베이션은 1만2500원(4.22%) 하락한 28만4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미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 등 관련 부품과 소재를 10년 동안 미국에 수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최종 판결을 지난 10일(현지시간) 내렸다. 다만 포스와 폭스바겐에 공급할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중간부품은 각각 4년과 2년 동안 미국 수입이 허용됐다.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결과가 한국에 전해진 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ITC가 포드와 폭스바겐에 공급될 배터리 부품의 수입 금지가 유예된 데 대해 "포드와 폭스바겐이 대체 공급자를 구할 시간을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은 작년 1.7% 수준에서 5% 수준까지 향상됐다"며 "이번 조치로 포드와 폭스바겐이 다른 업체 배터리로 전환하면 LG화학, CATL, 삼성SDI 등 주요 톱티어(Top Tier) 업체들의 수혜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SDI도 전 거래일 대비 2만2000원(2.81%) 오른 80만5000원으로 마감됐다. 장중에는 LG화학보다 상승폭이 더 커지기도 했다. 이차전지 완제품 업체들에 비해 중간 부품·소재 기업들의 오름폭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주요 양극재 업체인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은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의 구매력 약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번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합의를 위한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판결이 나온 날로부터 60일 안에 두 회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SK이노베이션 공장의 가동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종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불투명하고, 행사한다 해도 향후 민사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의 이차전지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양사 간의 합의 가능성이 분명 높아진 만큼 소송 관련 불확실성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관건은 합의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이 물어야 할 배상금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2조원 이상을, SK이노베이션은 1조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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