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일까지 연기금은 빅히트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 기간 연기금은 빅히트를 113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뒤를 삼성바이오로직스, 키움증권, LG디스플레이가 이었다. 모두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거나 좋은 실적이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연기금은 올해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175억원어치 팔았는데, 이런 와중에도 '실적주'는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연간 실적이 예상보다 높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거나 올해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분기 9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는 6개 분기 연속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상회한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4분기 68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LG디스플레이는 2개 분기 연속 흑자로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연기금 순매수 9위에 자리한 LG이노텍도 지난 4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연기금이 산 종목들은 지난해 4분기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빅히트는 4분기 559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236억원) 대비 136.9% 증가한 수준이다. 키움증권도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95.9% 늘어난 2351억원의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체로 수급이 비어 있었으면서 이익이 턴어라운드되는 종목들을 연기금이 순매수한 듯하다"면서 "최근 주가가 많이 상승했지만 빅히트는 상장 이후 수급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았고, 키움증권과 같은 증권주도 증시가 호황인 데 비해 덜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업종"이라고 말했다.
기타법인 또한 올해 들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타법인은 기관투자가에 포함되지 않는 국내 법인을 말한다. 대체로 비금융 기업으로 시장에서 해석하는데,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이 또한 기타법인으로 잡힌다. 기업들이 주식을 직접 매입할 때는 해당 종목 미래 가치를 높게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타법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42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가 이 기간 23조6929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편이지만, 내부 정보에 밝은 기업들이 직접 투자했다는 측면에서 유용하다. 올해 들어 9일까지 기타법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1939억원어치 사들였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2.1% 상승해 코스피 상승률 7.35%를 밑돌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미래 가치를 높게 본다는 의미다. 또한 기타법인은 삼성전자 뒤를 이어 LG전자(517억원), 현대모비스(371억원) 등을 대거 사들였다. 이 기업들이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을 공시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비금융 기업들이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상반기까지 연기금은 주식 비중을 줄이기 위해 매도를 지속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해 주의가 필요하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이어진 순매도에도 연기금이 여전히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초과한 상태일 것으로 분석했다.
[김규식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