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추진방안` 대상지인 서울 용산구 후암1구역 전경. [이승환 기자] |
정부가 지난 5일 전격 발표한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추진방안'에 대해 해당 지역 토지·건물주들 반발이 거세다. 해당 지역 토지를 정부가 주민 동의 없이 수용하는 '공공주택지구 개발'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9일 오정자 후암1구역 재개발 준비 추진위원장은 "역세권 고밀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용적률을 700%까지 높여 공공 재개발하는 줄 알았지, 토지 수용 방식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정부 발표 다음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토지 소유자 상당수가 모여 반대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구 내 편입되는 토지 소유자에게 감정평가액에 현 토지 용도와 거래 사례 등을 추가로 고려해 정당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결사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2·4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역세권 고밀 개발인 줄 알았지 별개의 사업 방식이 진행되는 것이란 사실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재개발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설령 공공기관이 주도할지라도 설계와 시공사 선정 등에 주민들 의사가 반영된다. 하지만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 정부에 토지소유권을 넘기는 것 외에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오 위원장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고, 토지·건물주를 개발 행위의 결정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짓는 것도 모자라 토지 소유자들 중 무주택자이거나 주소지가 후암1구역에 있는 사람에 한해 입주권을 주는 방식은 말이 안된다"고 반발했다.
'서울역 쪽방촌'은 서울역에서 남산 방향으로 있는 용산구 동자동 일대(4만7000㎡)다. 해당 지역은 2015년 5월 후암특별계획구역 1획지(이하 후암1구역)로 지정된 바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동사업시행자를 맡아 분양주택 1160가구, 임대주택 1250가구 등 총 2410가구를 공급하게 된다.
공공주택특별법은 그동안 시장은 물론 학계에서도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공주택특별법은 원래 신도시를 개발할 때 활용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현재 개발 중인 3기 신도시도 이 법을 적용받는다. 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 지구 내 토지 소유자들은 감정평가액만큼 보상금을 받고 소유권을 공공에 넘겨줘야 한다. 지구가 지정되기 전까지는 비밀을 이유로 주민들과 협의를 하지도 않는다.
그동안 위헌 논란이 크게 불거지지 않은 것은 이 법이 주로 도심 외곽의 농지를 수용하는 데 활용됐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에 지나치게 강력한 권한을 주는 해괴한 법"이라며 "공익을 이유로 이런 권한을 정부에 쥐여주는 법안을 만든 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후암1구역 주민들 반발에 국토부 관계자는 "쪽방촌은 토지 소유주들의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세입자 거주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개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그래서 공공주택특별법을 통해 공공이 직접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이 개발되면 토지 소유자와 세입자에게도 득이 될 것"이라며 "일부 토지 소유주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해결책을 찾겠다"고 덧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 소유자들에게 땅값만 보상하고, 250%였던 용적률을 700%까지 끌어올리며 발생한 개발이익은 정부가 취하는 것"이라며 "후암1구역의 쪽방촌은 개선해야 하지만 도심에서 정부가 토지를 강제 수용해 개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권한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