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5천만원 넘자…'상장 수수료' 요구 등 사기 주의보

# 가상자산(가상화폐)을 개발하는 A사는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직원과 상장 관련 협의를 했다. 국내 '빅4'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 상장에 성공하면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협의를 하다가 이 직원이 '상장 수수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의심이 들었던 A사는 빗썸에 직접 문의했고 "빗썸은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공식 답변을 들었다. 누군가 빗썸 직원을 사칭해 A사에 수수료를 요구했던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이를 둘러싼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9일 오후 4시 5분 현재 비트코인은 5087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8일 신고점이었던 4855만원을 깨고 5000만원대에 안착한 것이다.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도 이날 한때 4만7899달러까지 치솟았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는 '테슬라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보고서에서 15억달러 상당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또 비트코인을 받고 전기자동차를 판매할 계획을 내놨다.
비트코인 값이 급등하면서 업체와 투자자를 상대로 한 사기도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기 유형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와 임직원을 사칭해 가상화폐 상장을 원하는 업체에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가상자산을 사고팔려면 거래소에 상장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 실명계좌 거래가 가능한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이른바 빅4 거래소에 상장하긴 쉽지 않다. 한 대형 거래소가 접수하는 상장 신청 건은 한 달에 약 60건에 이른다. 한 달에 10개 남짓 상장되는 걸 고려하면 성공률은 20% 미만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의 절박함을 노리고 상장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생긴 것이다. 한 대형 거래소 대표는 "브로커들이 내 이름을 대고 업체에서 돈을 받아낸다"며 "주말만 되면 전국 각지에서 나를 만났다는 제보가 이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새로운 주인을 찾은 싸이월드조차 가상자산을 발행해 거래소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오종원 싸이월드Z 대표는 "진화한 '도토리' 모델로 조만간 대형 거래소에 상장을 발표하면서 코인 이름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급된 거래소들은 "상장 여부에 대해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싸이월드는 2019년 '클링'이라는 가상자산 사업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싸이월드 영업 중지가 가시화되면서 일부 거래소는 클링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정하거나 상장폐지했다.
가짜 가상자산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속이는 피해 사례도 상당수다. "조만간 대형 거래소에 상장한다"며 '원금 보장' '고수익'이라는 말로 사람들을 속여 비상장 코인에 투자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혁신'으로 포장하지만 들여다보면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기 업체는 상장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중소형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상장한다. 상장 초기에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뒤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면 수익을 챙겨 튀는 것이다.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