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부와 조카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금호석유화학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3월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주가 모멘텀이 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 기대와 사상 최대 실적까지 이어지면서 금호석유의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는 이날 5.24% 내린 2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 마감하긴 했지만 최근 금호석유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호석유의 주가는 지난해 말 14만5000원에서 고점인 지난 9일 27만6500원까지 올랐다. 이 기간 상승률은 무려 90%를 웃돈다. 특히 9일 장중에는 29만3500원까지 오르면서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경영권 분쟁이 점화되면서부터 주가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박철완 금호석유 상무는 공시를 통해 "기존 대표 보고자와의 지분 공동 보유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기존 대표 보고자는 박찬구 금호석유 회장으로 박철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조카다.
지분관계가 끊기면서 현재 박찬구 회장(6.69%)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총 14.86%로 줄어든 반면 박철완 상무는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박 상무는 금호석유의 지분 304만6782주(10%)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음을 시사하는 회사의 공식적인 발표도 있었다. 지분 관계가 끊긴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금호석유는 입장문을 통해 "대주주 특수관계인이자 현재 사내임원으로 재직 중인 박철완 상무로부터 사외이사, 감사 추천 및 배당확대 등 주주제안을 받았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사회·경제적 여건 속에서 사전협의 없이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주제안을 경영권 분쟁으로 조장하면서 단기적인 주가상승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시도하는 불온한 세력의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기를 주주들에게 당부한다"고 설명해다.
업계에서는 박 상무가 경영권 승계 작업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전무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지만, 박철완 상무는 승진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박 전무와 박 상무는 1978년 동갑내기 사촌지간이다. 지난 2010년 4월 나란히 상무보로 승진했으나 지난해 아들인 박준경 전무만 승진한 것이다.
이에 박철완 상무는 이사회 임원진 교체 및 배당금 증액을 요구하는 주주서안을 회사 측에 보내며 경영권 분쟁을 공식 선포했다. 박 상무는 공시에서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 제1항 중 제1호(이사 및 감사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와 관련해 상법에 따른 주주제안권의 행사 기타 관계 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금호석유 측에 보통주 배당금에 대해 1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 배당금은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주가치제고 안건 등을 통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표심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는 그간 배당확대에 대한 요구가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는 3월 중 열릴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될 전망"이라면서 "경영권 분쟁은 배당 확대와 같은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야기할 것이며, 이는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첫 번째 표 대결이 될 주주총회까지는 주가 모멘텀이 보다 강할 전망이어서 목표주가도 기존 21만원에서 29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도 "3월 주주총회 전까지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과거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빗대어 볼 시 펀더멘털과 무관한 주가 변동성을 보였음을 감안하면 본업 이외의 요소로 인한 주가 움직임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가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호석유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주가에 일부 모멘텀을 더하겠지만 결국엔 실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호석유의 올해 월평균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요 원재료 가격이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kissmaycr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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