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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에는 작년 순이익 기준으로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라임 관련 비용으로 대손충당금(부실 감안한 비용)을 KB금융보다 3000억원 넘게 더 많이 쌓으면서 예상이 빗나갔다. 주주 배당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권고(배당성향 20%)에 주주들이 반발하면서 일부 금융지주가 발표 시기를 늦추는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5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작년 실적을 분석해 보니 우리금융을 제외한 3곳의 지주 순이익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 초저금리로 인해 이들 지주사 주력 계열사인 은행 실적은 5~10%가량 하락했지만 '영끌' 투자로 인해 증권사 실적이 급증하며 지주들이 선방할 수 있었다.
2018~2019년 2년 연속 지주 순이익 1위였던 신한금융은 작년 순이익이 3조4146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했다. 이는 작년 순이익 3조4552억원을 올린 KB금융에 뒤진 수치다. KB금융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명예퇴직 관련 비용에도 저원가성 예금 유치 활동과 증권사 실적 상승에 따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금융지주의 운명을 가른 또 다른 요인은 대손충당금이었다. KB금융은 작년 코로나19 상황과 일반적인 부실 관련 충당금을 쌓았지만 신한은 여기에 라임 등 사모펀드 보상 관련 손실까지 추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1조3906억원을 작년 회계에 충당금으로 처리했고,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적은 1조434억원을 쌓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임 등 투자상품 손실과 코로나19로부터 파생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실행한 결과"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글로벌 분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54억원 증가한 1조1124억원을 기록했지만 이 부문 역시 충당금을 추가로 쌓으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이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 부문은 작년 하반기 주식 거래대금 증가로 인해 증권 수탁 수수료가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투자금융과 리스 업무 수수료도 전년 대비 각각 6.9%, 72.6%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이어졌다. 하나금융 역시 지주 설립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순이익이 2조6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성장했다. 순이익 증가율로 보면 4대 지주 중 '톱'이다. 은행 순이익이 6.1% 감소하는 동안 증권사(하나금융투자) 순이익이 46.6% 증가하며 감소분을 만회했다. 하나캐피탈은 우량 리테일 자산 증대에 따른 이자이익 상승에 힘입어 순이익 1772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64.5% 증가한 수치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 이사회는 주당 배당금을 1350원(배당성향 20%)으로 이날 결의했다. KB금융과 같은 수치다. 금융당국이 실적에 상관없이 배당성향 20%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한·우리금융은 이날 배당성향을 발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주주 반발 등을 고려해 배당성향 발표 일정을 미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코로나19와 사모펀드 사태까지 '3중고'가 겹치며 실적 부진을 겪었다. 라임 관련 손실과 파생결합펀드(DLF) 보상까지 이어지며 우리금융은 작년에 충당금 7844억원을 쌓았는데 이는 2019년 대비 109.6% 급증한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코로나19로 인한 최대 피해자"라며 "전년에 27%로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는데 이마저도 20%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금융
한편 IBK기업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2019년보다 4.1% 감소한 1조5479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019년 대비 14.8% 늘었고, 중소기업대출 시장점유율은 23.1%로 역대 최고다.
[문일호 기자 / 김혜순 기자 /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