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중채무 500조 경고등 ◆
↑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 대출이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있는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
다중채무발 가계부채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 다중채무자들은 대개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고 2·3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 상환 능력도 낮아 돌려막기를 하면서 잠재 부실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다중채무를 리스크 수준별로 분류해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중채무발 금융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선 다중채무자의 대출은 늘어났지만 소득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아 상환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중채무자 1인당 대출은 2017년 1분기 1억487만원에서 2020년 3분기 1억1922만원으로 13.7% 늘어난 반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17년 3만1734달러에서 2020년 3만2115달러로 고작 1.2% 늘었다. 다중채무자들이 대개 저신용자임을 감안하면 소득 증가 수준은 극히 미미하거나 오히려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어 채무상환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다중채무자는 정의상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사람을 뜻하는데, 은행 3곳에서 빌린 사례보다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 2·3금융권에서 빌린 사례가 훨씬 더 많다"면서 "이들이 신용등급 하락과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2·3금융권까지 갔다는 것은 자금 여력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 다중채무 대출금과 차주가 늘어난 원인으로 주식 열풍도 꼽혔다. '빚투'(빚내서 투자)는 주식가격이 하락하면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주가가 10~20% 떨어지면 부유층은 버틸 수 있지만 여기저기서 빚을 내 공격적으로 투자해놓은 서민들은 버티기 힘들다"며 "특히 신용융자를 받은 사람들은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로 손실을 실현하고 털고 나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에서 주식투자자금으로 빌린 돈이 20조원,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빌린 주식투자자금이 40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고 이게 부실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빈 교수는 이어 "주식시장 신용 매수를 규제해야 한다"며 "지금 정부가 통화를 푸는 것은 실물경제가 돌아가게 하기 위한 것인데 이런 돈들이 서민들 대출을 통해 자산시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신호"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다중채무자에는 자영업자가 포함되기 때문에 현재 자영업자가 코로나19로 누리고 있는 금융 규제 완화 조치가 종료되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자영업자에게 대출금 만기 연장과 이자 납부 유예를 허락해 주고 있다.
다중채무 부실이 우려되면서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에 즉각적인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다중채무는 위험한 부채"라면서 "일단 생존하기 위해 계속 유동성을 공급해주다 보면 점점 더 빚이 많아지고 위험을 막을 수 없을 지경까지 갈 수 있으니 지금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중채무 중에서도 부실 수준을 나눠
금융연구원장을 역임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다중채무의 다른 이름은 고금리"라며 "이자 부담이 적은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은 총량규제 예외로 인정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 김혜순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