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법 6개월 ◆
지난해 7월 31일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주택임대차 계약갱신과 관련된 분쟁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간 위원회에 접수된 '계약갱신·종료'와 관련된 분쟁은 총 13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임대차법 시행 이전인 2019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접수된 7건에 비해 무려 20배 증가한 수치다.
월별로 나누어보면 지난해 1~7월까지는 접수 건수가 월 0~4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인 작년 8월 13건, 9월 12건, 10월 18건으로 차차 숫자가 늘더니 11월 26건, 12월 41건, 올해 1월 29건으로 크게 상승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임차인은 임대차법에 따른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반면 임대인은 주변 시세를 따져봐 계약 종료를 요구하거나 갱신을 거절하면서 분쟁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시작된 전세시장 혼란은 전셋값 상승 속도를 가속화시켰다. KB시세에 따르면 전국 평균 아파트 전세가는 작년 7월 2억5554만원에서 올 1월 2억9528만원으로 6개월간 16% 올랐고, 서울 평균 아파트 전세가는 7월 4억9922만원에서 1월 5억8827만원으로 18% 올랐다. 부동산 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는 엄정숙 변호사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임대인들이 자구책으로 전셋값을 올리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법률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엄 변호사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주택임대차 관련 상담 건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주택임대차 관련 소송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유권해석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김동은 기자 / 권한울 기자]
"방 뺄테니 위로금 1억 달라"…집주인·세입자 서로 '웬수'됐다
졸속 임대차법 대혼란…계약갱신 분쟁 20배 폭증
"집 빼라" "못나가" 곳곳 충돌
부실 가이드라인 혼선 부추겨
현실과 다른 유권해석 논란
일시적 다주택자 양산하기도
세입자들 계약불이행 다반사
집주인, 수천만원 위로금 줘
작년 8월 실거주 목적으로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산 A씨는 정부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유권해석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A씨가 집을 계약할 당시 세입자에게 물어보니 올해 2월 말 전세계약이 만료되고, 세입자도 집 계약 당시엔 만료일(2월 말)에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혀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입자는 최근 태도를 바꿨다. A씨는 "8월 말 해설집이 나오자마자 세입자가 돌변해 위로금 1억원을 주지 않으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뒤늦게 부랴부랴 잔금을 넣고 소유권 등기를 마쳤지만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의사 표명 당시 소유권을 가진 집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거절권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유권해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시에 1가구 2주택자가 돼 세금 등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7월 31일 임대차보호법이 기습적으로 시행됨과 동시에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은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재산권을 앞세운 집주인과 계약갱신권을 내세운 세입자가 곳곳에서 충돌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유권해석을 내리면 그 유권해석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이 이어졌다. 졸속 입법뿐 아니라 그 후에 이어진 가이드라인마저 졸속이었던 셈이다.
가장 흔한 분쟁 사례는 집주인은 실거주를 하려 하는데 세입자가 퇴거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법무부 등은 유권해석을 통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소유권을 가진 사람'만으로 한정했다. 예외를 제외하면 매매계약 후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아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은 경우는 계약갱신거부권이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집을 판 이전 집주인(현 소유권자)은 실거주할 사람이 아니기에 역시 거부권한이 없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매매계약을 맺고 잔금을 치르기까지 기간은 신구 집주인 모두 거절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 집주인들 불만이 가장 많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포기 의사를 밝혔더라도 임대차 만료 이전 1~6개월(현행 2개월) 사이에 밝힌 포기 의사가 아니면 효력이 없다는 유권해석도 많은 혼란을 낳고 있다. 지난해 7월 초 전세를 끼고 집을 산 B씨는 당시 세입자에게 "실거주할 예정이니 만료일인 2021년 1월 말에 나가 달라"고 요청했고 세입자도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B씨가 1월 중순 다시 한번 세입자에게 확인 전화를 하자 세입자는 "지난번 통화 이후 임대차법이 새롭게 시행됐으니 계약갱신권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임차인에게 계약 만료일 이전 1~6개월 사이에 실거주 의사를 통보해야 하는데 B씨가 이를 몰랐던 것이다.
지난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는 2019년 10월 23일 이전에 등록한 주택임대사업자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60%를 인상하도록 허용하는 조정 결정이 나왔다. 그동안 국토교통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등록임대사업자도 보증금을 5% 이상 인상하는 건 안된다고 밝혀왔다. 이번 조정 결정은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한 것인 만큼 법리적 해석을 통한 법원 판결과는 다르지만 유권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정답이 아님을 보여준 건 틀림없다.
엄정숙 변호사는 "집주인의 실거주에 대한 임차인의 거절 권한과 관련한 정부의 유권해석은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며 "각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가 크므로 당사자 간 해결이 안된다면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임대차법 시행 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다른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기에 나서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경기도 분당에 집을 산 C씨는 "집을 비우겠다던 세입자가 갑자기 계약갱신청구를 해 이유를 알아보니 전셋값이 너무 올라 분당에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며 "사정은 이해하지만 우리도 기존 집 매도계약을 이미 맺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세입자가 막무가내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정부가 세입자 편을 들어주리란 막연한 기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방배동 빌라를 전세 보증금 5억원에 내주고 있던 D씨는 지난해 7월 초 세입자와 보증금 인상을 논의했고 서로 생각하는 가격이 맞지 않아 전세계약을 만료하기로 약속했다. 며칠 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됐고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고 통보해왔다. D씨는 "그럼 계약은 갱신하되 보증금은 법정상한선인 5%를 올려 달라"고 요청했고 세입자도 이를 받아들여 새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최근 세입자가 "보증금 5%도 세입자 동의 없이는 못 올린다더라. 인상안 동의를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D씨는 결국 세입자를 상대로 집을 비우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급박한 상황을 이용해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이를 상징하는 용어가 임대차법 시행 이후 등장한 '위로금'이다. 실거주 요건 충족 등을 해야 하는 집주인에게 세입자가 "집을 비워줄 테니 위로금을 달라"고 말하는 경우다. 법 시행 초반 수십만~수백만 원이던 위로금 액수가 최근에는 수천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매도자가 세입자를 기한 내 내보내지 못하면 매수자에게 계약금 이상을 상환하는 특약을 거는 사례도 흔해지고 있다.
최근 세를 낀 집을 매도하려는 E씨는 "집을 매도해야 하는데 공인중개사가 세입자를 만기일인 2월 말까지 내보내지 않으면 매도인이 계약금의 2배를 상환하는 내용의 특약
[김동은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