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달력과 관련된 계절성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연간 공급되는 대출 중 3분의 1 규모를 이 기간에 집중한다. 중화권 문화에서 새해와 함께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상서롭게 생각되면서 자금 수요도 커지게 된다. 노동자들에게는 보너스가 지급되고 실물경제에는 엄청난 유동성의 홍수가 넘친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음력설 효과'는 독특한 형태로 나타난다. 중국 시장의 경우 설날 이전에 거래가 급증하고 변동성도 덩달아 상승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마치 서구의 '블랙프라이데이'효과 또는 '산타 랠리'와도 비슷한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설날 이전 주식시장 흐름은 어떨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 근처까지 뛰어올랐다. 주된 동력은 리플레이션 정책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 정상화 기대 등이다. 하지만 빠르게 앞서 나간 낙관론에 비해 실물의 회복 속도는 점진적이며, 백신과 정책 등에도 일부 잡음이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가와 기업 실적 간 괴리는 매우 커져 있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인 위험선호 지속에 대해 확신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제는 주식 상승을 정당화할 데이터가 보강돼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주식시장은 증거를 기다리는 조정 모드로 진입할 수 있다.
더불어 최근 미국 국채금리의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1% 이상에 올라선 이후 쉽게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채권 수익률 상승은 경기 회복, 재정 확대 정책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상승세를 하락으로 꺾을 결정 변수는 아니다. 다만 주식시장 내에서 지역·업종 그리고 테마 등의 선호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었던 핵심 동력은 정책이었다. 유례없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주요국 금리는 급락했다. 그리고 이는 할인율을 낮춰 주식 가치 상승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금리가 더 떨어지지 않는
마침 다가오는'음력설'이 유동성에서 기업 실적으로 주식시장의 주도 논리가 바뀌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변동성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