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 매경DB] |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5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국토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할 때 개시 시점의 주택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개시 시점 가격을 올리면 이익이 줄어들어 초과이익으로 인한 환수도 적어지는 구조다.
당초 정부가 공시가격을 크게 올리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주요 재건축 단지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부담금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종료 시점의 주택가격은 공시지가 인상에 따라 크게 오르는 반면, 개시 시점 주택가액은 당시 적용된 낮은 공시가가 반영돼 그 격차가 커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주요 재건축 예정 단지들은 추진위 구성 당시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60% 안팎으로 낮다. 종료 시점에는 정부 방침에 따라 높아진 공시가격 비율을, 개시 시점에는 종전 그대로 낮은 공시가격 비율을 적용받게 되면 가구당 수억 원씩 부담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었다.
가령 압구정 현대7차는 2025년 사업이 종료되고 시세 50억원, 정부의 목표치대로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90%가 적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종료 시점의 공시가격이 45억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현재 이 단지의 공시지가 28억8000만원과 비교해 추가 개발이익에 대한 부담이 16억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최대 부과율(50%)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부담금이 약 8억원 순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뀐 시행령에 따라 현재는 추진위 승인일 당일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있지만 다음달 19일부터는 준공인가일 당일(종료 시점)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에 추진위 승인일 당시(개시 시점) 실거래 가격을 곱해 개시 시점의 주택가액을 산정한다.
2018년 9월 추진위가 설립된 압구정 현대7차는 추진위 설립 당시 공시지가(157㎡ 기준)가 20억3200만원인데, 당시 실거래가는 36억원이었다. 시행령 개정안대로 개시 시점 주택가격이 조정되면, 개시 시점 주택가액이 당시 공시지가였던 20억3200만원에서 32억4000만원(추진위 설립 당시 실거래가 36억원×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90%)으로 높아지게 된다. 종전보다 추가 개발이익에 대한 부담을 12억원 이상 낮추는 효과를 보게 된다. 최대 부과율(50%)을 적용하게 되면 가구당 부담금은 6억원 이상 낮아진다.
매일경제가 추진위가 설립돼 있는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당시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을 분석한 결과 시행령 개정안이 현실화하면 다른 재건축 단지 역시 가구당 1억~2억원의 부담금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추진위가 설립된 잠실 우성아파트(131㎡)의 개시 시점 주택가액(공시지가)은 7억6000만원인데, 시행령 개정 후 조정된 주택가액은 12억1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목화아파트(89㎡·4억2700만원→6억1200만원), 개포6단지(60㎡·9억1200만원→12억1500만원)도 개시 시점의 주택가액이 올라 초과이익에 대한 부담이 줄게 됐다.
다만 법에 따라 초과이익 산정 기간은 10년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추진위가 구성된지 10년이 넘은 잠실 우성아파트와 여의도 목화아파
국토부 관계자는 "장기간 소요되는 재건축 사업 특성상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른 공시가격 상승을 보정해주기 위해 종료 시점의 현실화율을 개시 시점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깜깜이 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 이번 시행령은 규제 영향 분석도 거치지 않았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