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당국에 직원을 파견한 금융 공공기관 중 9곳을 선별해 현황 자료를 받은 결과 9곳 중 2곳이 파견 시 법인카드를 지참시켰다. A기관의 경우 현재 금감원에 직원 3명을 파견 중인데, 모두 법인카드를 발급해줬다. 이들 직급은 A3(2명), A1(1명)으로 모두 팀원급이다. A기관에서 팀원에게 개인 법인카드를 발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금감원에 파견된 A기관 직원들은 지난해 법인카드로 총 33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카드 발급 명목은 업무추진비이고 대개 식대용이다. 발급된 법인카드는 업무추진비이기 때문에 혼밥 용도로는 사용될 수 없다. 결국 파견된 곳 직원들과 함께 식사할 때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A기관 파견에 정통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파견된 직원들은 대개 한 달에 두세 번 법인카드로 현재 일하는 부서 사람들과 식사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리·감독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금융위에 파견된 B기관 직원 5명(5급 4명, 4급 1명)은 법인카드로 지난해 총 53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역시 A기관처럼 업무추진비 비목으로 주로 식사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B기관 파견 직원들 역시 직급상 팀원으로 파견되지 않았다면 법인카드 발급 대상자가 아니다.
민간기관인 금융 공공기관이 금융당국에 직원을 파견 보내면서 법인카드까지 지참시켜 사용하게 하는 것은 사용 액수와 관계없이 심각한 윤리·도덕성 훼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될 여지도 있어 우려된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금감원에 파견된 공공기관 직원이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된다"며 "이 경우 식사비가 1인당 3만원 미만인지 봐야 하고, 청탁 성격이라면 금액 상관없이 바로 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직원을 파견한 민간 금융기관들이 대부분 피감기관임을 감안하면 청탁 목적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더 많은 금융 공공기관이나 민간 금융사가 관행적으로 금감원 파견 시 법인카드를 지참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에 금융 공공기관 9곳을 조사한 결과 2곳이 자사 직원을 금융당국에 파견할 때 법인카드를 지참시킨 것으로 드러났는데 조사 대상을 확대하면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금감원 갑질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결제가 필요하면 직접 가서 결제해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A기관의 경우 2012년부터 금융당국 파견 시 법인카드를 지참시켰다. 금감원의 감독 부실, 방만 경영, 갑질 등의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기관 재지정이 금융계 안팎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공공기관 재지정으로 금감원에 대한 정부 통제가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다는 주장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투명하게 예산과 인력 등 현황이 공개된다"면서 "공공기관 지정이 현재 금감원의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무엇보다 예산과 인력을 기획재정부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방만한 경영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예컨대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300% 성과급 차이가 발생
[윤원섭 기자 / 박제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