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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월세 6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된 서울시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전경 [매경DB] |
25일 한국부동산원의 전·월세 전환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부동산 거래의 전·월세 전환율은 5.7%였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적용할 때의 비율이다. 전환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월세 부담이 크다. 원래 전·월세 전환율은 4%(기준금리+3.5%포인트)였지만, 지난해 9월 정부가 이를 2.5%(기준금리+2%포인트)로 낮췄다. 집주인이 늘어난 세금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세입자의 전월세 부담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더 커졌다. 법에 명시된 전환율은 오로지 기존 계약의 갱신에서만 강제력을 가지기 때문에 신규 계약을 할 땐 집주인이 4년치 전·월세를 한꺼번에 받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재계약이 아닌 신규계약의 경우에는 2.5%를 초과해도 불법이 아니다.
이렇게 월셋값이 크게 오른 건 임대차법 시행으로 인한 전세 물량 감소가 근본 원인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등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저금리 등 이유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유인이 원래부터 컸는데, 임대차법 이후로 이를 실행하기 가장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신규 계약 뿐만 아니라 기존 계약에서도 월세화 현상이 나타난다"며 "보증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반전세로 돌리는 사례가 가장 많이 관찰되는 사례다"고 말했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변호사는 "월세 전환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버틸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다"며 "그러나 현실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압박할 카드가 다양하고, 집주인 본인이나 직계 존·비속이 실거주를 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있어 세입자가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세입자 또한 계약갱신청구권의 행사로 당장 2년은 괜찮지만, 재계약 만료가 도래하는 2022년 8월부터 부동산 시장 상승과 함께 전·월세 전환율도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시장이 '자가'와 '월세'로 이분화 된다는 점이다. 익명의 전문가는 "임대차법 이전까지는 강남 등 고급 아파트를 제외하곤 월세를 비싸게 받는 게 불가능했다"며 "법 시행 이후 전세가 빠르게 소멸하면서 월세를 비싸게 받을 여건이 조성됐고, 결국 선진국처럼 자가와 월세 이중구조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원구 상계동 주공9단지 전용 79㎡는 지난해 중순까지는 보증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증금 최대 인상률을 강제하고, 신규계약도 직전 계약과 연동해 전환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반발도 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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