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의 등에서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는 느낌이다. 상승세를 이어오던 LG전자 주가가 다시 한번 급등했다. LG전자가 그동안 실적을 짓눌러왔던 스마트폰 사업부문 정리를 공식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증권사들은 목표주가 상향 조정으로 화답했다.
21일 증시에서 LG전자는 전날보다 10.78% 급등한 1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2.84% 오른 데 이어 이틀 연속 10%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에 힘입어 시가총액도 30조2740억원(보통주 기준)으로 사상 처음 30조원을 넘어섰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전날 본부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 사업부문은 지금까지 LG전자 실적과 주가의 발목을 잡는 골칫덩어리였다.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지속해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5조원을 넘었다.
적자 사업부 철수 가능성에 증권사들은 23만원까지 목표주가를 줄상향했다. 이날 삼성증권(22만원), 한국투자증권(22만원), 하이투자증권(23만원), 유진투자증권(22만원)이 LG전자 목표주가를 20만원대로 올렸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22만원으로 올리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회사가 더욱 급변하고 있다"며 "전기차 부품 쪽으로 회사 자원을 집중하는 것과 더불어 모바일 사업 철수는 또 하나의 주가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2020년 추정 매출액은 5조2000억원으로 회사 전체(연결기준)의 8.3% 수준이지만 영업적자 규모가 8380억원으로 추정돼 전체 영업이익(3조2000억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목표주가를 18만원에서 22만원으로 상향했다.
LG전자는 앞으로 가전, 로봇, 전기장치(전장)부품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핵심인 e모터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완성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하드웨어를 담당할 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아직 구체화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LG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핵심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김기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