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이 필요한 50대 김모씨는 19일 문자로 'KB국민 신용대출' 안내를 받았다. 이 대출 문자 내용에 따르면 협약은행은 'KB국민'으로 돼 있고, 정부가 지원하는 특별신용보증대출로 소개돼 있다. 1억원 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고정금리로 최저 연 1.50%라는 파격적인 금리 조건이 달려 있다. 대출 실행은 18일 부터 시작돼 한도가 소진되면 끝난다고 돼 있어 김 씨는 급한 마음에 문자 아래쪽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 전화를 받아 자신을 상담사라고 소개한 상대방은 "1억원 이상도 대출 받을 수 있으니 생년월일 등 개인 정보를 알려달라"고 했고 김씨는 생년월일을 불러줬다. 전화를 끊고 찜찜한 마음이었던 김씨는 이날 국민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은행 직원이 대뜸 "그거 사기문자다. 어떤 정보를 알려줬나"라고 말해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희망을 나누는 당신만의 금융이 되어 드리겠습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대출 안내 문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져 관련 문의가 국민은행으로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소비자보호부는 "은행은 문자로 대출 안내 문자 자체를 발송하지 않으니 100% 사기다"라고 답하고 고객들에게 문자 자체를 열어보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 문자를 분석한 국민은행은 최근 금융 스미싱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스미싱은 문자메시지와 피싱(고객을 낚아 사기치는 행위)의 합성어로, 최근 신용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사기 스미싱이 늘고 있다. 일단 은행 측 입장은 문자로 금융 안내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문자에 대출 내용이 담겨 있으면 아예 열어보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래도 열어봤으면 대출기관이나 보증기관 이름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씨가 낚인 스미싱의 경우 대출기관명이 'KB국민은행'이 아닌 'KB국민'으로 돼 있다. 보증기관도 신용보증기금(신보)이 아닌 신용보증재단으로 돼 있다. 신용보증재단은 실제 있는 기관이긴 하나 주로 지역 사업자대출 보증을 하는 곳으로, 일반적인 신보와는 개념이 다르다.
현재 3~4%대 신용대출이 일반적인데도 스미싱에는 1%대 '특별대출'이 가능한 것처럼 하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일단 전화를 하더라도 절대 개인정보를 알려줘선 안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금융기술 발전이 사기 행위의 고도화로 연결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일당이 개인 정보를 노리는 이유는 일단 고객 정보로 알뜰폰을 개통하고, 그 핸드폰으로 수억원의 비대면 신용대출을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을 찾지 않고 비대면 대출이 나가는 것은 그만큼 고객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반대로 금융사기 일당들이 비대면으로 사기를 치기 손쉬운 환경도 되기 때문에 개인 정보를 관리하는데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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