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발 뗀 공공재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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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구역 지정 이후 13년간 공회전을 거듭한 끝에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흑석2구역 전경. 270가구에서 1310가구(추정치) 대단지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이승환 기자] |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15일 "이번에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8곳은 주민설명회와 업무협약 등을 거쳐 연말까지 '공공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간재개발보다 장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국토부는 공공재개발 참여 사업장에는 기존 용적률을 법적 상한인 120%까지 완화해주고 분양가상한제에서도 제외시켜줄 방침이다. 사업비 융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지원도 뒤따른다. 대신 전체 공급 물량 중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한 나머지의 절반(50%)은 공공임대·공공지원임대 등으로 내놓아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용적률 상향 등을 감안하면 조합원들이 부담하는 사업비는 줄어든다"며 "수익성 면에서도 민간재개발보다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시각을 보인다. 긍정적인 부분은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내세워 사업을 지연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이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지난 수년간 서울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정비사업 절차를 지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공공재개발은 국가 차원의 사업이라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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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전문가는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특히 선정 지역 가운데는 민간사업자들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손을 뗀 곳들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직원들은 민간 회사 직원들과 달리 개발에 성공했을 때 얻는 인센티브가 없다"며 "이들이 의견이 갈리는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일을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이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도로를 만들거나 커뮤니티시설 사용 권한 등에서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주민들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성공 사례를 만들려면 주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한 주택의 50% 이상을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것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7구역처럼 높은 임대주택 비율 요건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가치 하락 우려로 공공재개발 신청을 철회한 사례도 나왔다.
임대소득 비중이 높은 다가구·다세대 주택과 상가 소유주들을 사업에 동참시키는 일도 쉽지 않다. 양평13구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인근 재개발 사업지구는 소유주마다 이익이 달라 개발이 쉽지 않다"며 "과거 양평11구역에서는 조합과 반대파 소유주들 간 충돌이 심해져 결국 로펌 변호사까지 동원해 구역을 해제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대상에서 제외된 도시재생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부담스럽다. 2015년 서울 1호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된 창신·숭인도시재생구역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주거환경이 오히려 열악해졌다며 적극적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던 지역은 공공재개발 선정 시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창신동의 한 주민은 "페인트칠만 해주는 것인지 알았다면 도시재생사업에 찬성할 주민이 몇 명이나 됐겠느냐"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
공공재개발 추진을 위한 근거 법률이 아직 없다는 점도 문제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김동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