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요? 처음이라면 무조건 삼성전자죠"
코스피가 꿈의 고지 3000포인트를 넘어 연일 상승장을 펼치는 가운데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은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대들보 '삼성전자'로 몰려가고 있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의 수급 사이에서 휘청거렸던 과거 '개미'와 다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증시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코스피 3000시대의 주인공이 된 만큼 우량주 중에 우량주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7조40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6조3000억원 등 총 63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역대 기록을 세웠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9조5000억원)와 삼성전자우(6조1000억원)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올해 들어서도 코스피에 유입된 개인 순매수(3조원) 중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에 투입된 자금만 2조5000억원 가량이다. 전체 80% 수준이 삼성전자에 몰린 셈이다.
개미들의 주특기로 여겨졌던 '묻지마식 투자'는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이전에는 레버리지형 상장지수펀드(ETF)나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형 ETF)를 매매하는 베팅성 투자 전략을 세우거나 정치 테마주의 급등 수익에 기댔던 과거 개미들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 예탁을 지양하고 부동산 규제 강화에 오갈 곳 없는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눈을 돌리면서 안정적인 기업 실적과 시장 성장성을 바탕으로 장기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는 '스마트 개미'다. 코스피 우량주의 안정적 주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기대하면서도 올해 디램(DRAM) 등 메모리 수요가 늘며 가격이 급등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업황 호재를 기다리면서 삼성전자의 집중 매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증시 호황에 따라 처음으로 주식에 입문하는 이른바 '주린이'(주식 초보자)에게도 삼성전자의 매수를 권고하는 유튜브 방송과 주식 정보과 잇따라 올라오면서 삼성전자 가치투자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지난해 연말 7만, 8만원을 넘어서며 우상향 흐름을 보였던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처음으로 9만원을 넘더니 이날에도 9% 오른 9만6800원을 기록하면서 2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주가 상승에도 밸류에이션 매력은 여전하다"면서 "이익 기여도가 큰 메모리 업황은 저점을 지났고 비메모리 실적도 중장기 성장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실적 개선세가 부각되는 만큼 주식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김규리 매경닷컴 기자 wizkim6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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