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선언한 애플이 전기차 분야 선두 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에 손을 내밀었다. '애플카'를 놓고 애플과 현대차 사이에 '세기의 협업'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8일 현대차그룹은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을 요청받고 있지만 초기 단계여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애플이 이들 '다수 기업'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말 로이터통신 등을 통해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 개발에 본격 뛰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전기차 계획을 추진해온 애플은 이르면 2024년, 늦어도 2027년께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여러 글로벌 자동차회사 가운데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에 협업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모노셀'이라고 불리는 단일 배터리 제조 기술을 통해 차량 제조 원가를 낮추는 쪽으로 전기차 생산을 고려 중이지만 실제 사업화를 위해선 기존 전기차 업체들과의 협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배터리 자체 생산에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생산시설 구축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뿐 아니라 핵심 부품인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는 점에서 애플엔 매력적인 협업 대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전기차 생산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실물을 처음 공개하며 이를 통해서 올해 '아이오닉5'를 비롯해 다수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충 후 주행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전기차 생산 플랫폼에 애플이 관심을 드러낸 건 향후 애플이 전기차 개발과 함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공동 개발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애플과 현대차그룹이라는 '세기의 커플' 탄생 기대감에 환호했다. 현대차(19.42%), 현대모비스(18.06%), 현대위아(21.33%) 등 주요 현대차그룹주가 전날보다 20% 가까이 급등했다. LG화학(3.85%), 삼성SDI(5.87%), SK이노베이션(7.6%) 등 배터리 3사 주가도 5% 전후로 상승했다. 애플이 현대차그룹을 미래 사업의 파트너로 염두에 둔 것이 국내 자동차산업의 재평가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서진우 기자 / 강봉진 기자]
전기차 플랫폼 강자 현대차, 애플엔 최상파트너
현대차·애플 '애플카' 협력 성사 가능성은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 눈독
현대차, 전기차 글로벌 빅4에
우수한 車배터리 기술도 보유
협력 성사 땐 전기차 지각변동
거대 자본 오가는 거래보다
기술협력으로 시작할 가능성
8일 현대차그룹은 이례적인 공시를 통해 "다수 기업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협력 내용과 관련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안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전기차와 관련해 협력을 요청하는 기업은 애플 외에 많을 뿐 아니라, 애플이 애플카 개발에 앞서 현대차에 손을 내민 것은 맞지만 현재는 초기 검토 단계일 뿐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는 전기차, 그것도 자율주행 방식의 친환경차를 개발하려는 애플이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주력하는 현대차그룹을 피해 갈 순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반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 데다 내년부터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주행 가능한 조건부 자율주행차(자율주행 레벨3)를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또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합작해 세운 법인 '모셔널'을 바탕으로 무인택시 사업까지 노리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초 자체 전기차 전용 생산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실물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올해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를 비롯해 신형 전기차 다수를 새 플랫폼에 맞춰 생산함으로써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을 내놓고 글로벌 시장에 연간 100만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애플이 현대차그룹에 관심을 쏟는 건 E-GMP를 필두로 현대차가 내세우는 배터리 우수성에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E-GMP는 기존 다른 전기차가 사용하는 400V 충전 시스템과 달리 400V와 800V를 모두 사용하는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 초고속 충전기로 다른 전기차보다 30분가량 단축된 18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전기차 분야 세계 시장점유율도 야금야금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의 2020년 전망치에 따르면 테슬라 17.5%, 폭스바겐그룹 12.9%, 르노·닛산·미쓰비시 8.2%에 이어 현대차그룹은 7.2%로 4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애플이 복수의 전기차 업체에 손을 내밀면서 '빅5' 중 한 곳인 현대차그룹을 지나칠 수 없던 것도 현대차의 전기차 성능 우수성뿐만 아니라 점점 증가하는 세계 시장점유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애플이 차세대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함께 공을
업계는 테슬라의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는 애플과 현대차그룹 간 협력이 최종 성사되면 현대차그룹이 생산력과 기술력 등 모든 면에서 단숨에 전기차 시장 선두 반열에 오를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거대 자본이 오가는 형태의 협업보다 기술 협력 형태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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