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영향으로 석유화학업종이 작년 예상 밖 호황을 맞았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원재료비가 절감된 상황에서 제품 수요는 우려보다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국내 석유화학설비의 가동 중단이 제품 가격을 더 밀어 올렸다. 올해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작년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제품들의 가격도 반들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중단됐던 석유화학설비의 재가동이 이어져 공급이 늘어나는 데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한 효과에 대한 기대로 유가가 급등해 원가가 높아지는 건 부담이다.
8일 오후 2시 46분 현재 롯데케미칼은 전일 대비 5500원(1.81%) 하락한 29만8500원에, 한화솔루션은 700원(1.26%) 오른 5만6100원에, 대한유화는 9500원(3.27%) 빠진 28만10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작년 종가와 비교하면 롯데케미칼은 27만6000원에서 8.15%가, 한화솔루션은 4만7900원에서 17.12%가, 대한유화는 23만원에서 22.17%가 각각 올랐다. 석유화학 대장주이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더 반영된 LG화학은 작년말 82만4000원에서 98만5000원으로 19.54%가 상승했다.
작년 12월 조정을 받았던 석유화학업종이 새해 들어 석유화학업종의 강한 반등을 보이는 배경으로는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석유화학기업에 대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롯데케미칼이 2289억원으로 1년 전 대비 51.79%가, 한화솔루션이 1622억원으로 272.07%가, 대한유화는 724억원으로 513.56%가 각각 늘어난다는 추정치다. LG화학은 81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이 전망됐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 진입에 따른 시황 조정을 예상했으나 역내 설비 트러블 발생으로 공급 여건이 더욱 타이트해지며 연말 이례적인 시황 초강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스프레드(수익성 지표)는 작년 6월을 저점으로 11월까지 매월 상승했고, 12월 들어서 조정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10월보다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원료 가격 상승을 제품 가격에 더 크게 전가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납사분해설비(NCC) 업체의 t당 스프레드는 작년 12월 다섯 번째주 485달러로 4주 연속 조정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작년 3분기의 373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달 중하순까지는 수익성 저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 증가 때문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작년 12월 14일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이, 이달 4일 일본 Ineos가, 오는 14일 여천NCC가, 22일 LG화학이 각각 재가동해 (화학제품) 공급 물량이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과 LG화학 여수공장은 각각 연간 에틸렌 12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다. 여천NCC 설비 규모도 연산 92만t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과 LG화학의 여수공장은 각각 작년 3월과 11월에 발생한 화재로 가동이 중단됐고, 여천NCC는 작년 10월부터 정기보수에 들어갔다.
가동이 중단됐던 설비로부터 공급이 시작돼 공급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석유화학 제품의 시황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일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늘어나는 공급 물량을 소화하면서 수요 우위의 수급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며 "글로벌 에틸렌 수요는 1300만t 증가해 올해 예상 증설분인 1100만~1200만t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유가가 급등하면 화학기업들의 수익성에도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0.20달러(0.4%) 오른 50.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작년 10월 말에 배럴당 35.79달러를 저점으로 4분기에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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