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3000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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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투자자를 의미하는 '주린이'인 이유림 씨(32·서울 마포구)는 올해 처음 증권사 계좌를 만들었다. 출산휴가 중인 그의 새해 목표 1순위가 '주식 매매로 월 30만원 벌기'다. 그는 "실제 투자는 처음이지만 급등주를 피하고 우량주를 저점 매수·고점 매도하면 되는 것 같다"며 "작년 말부터 시장을 눈여겨보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적립식으로 사들이고, 대기업 계열 배터리·바이오 주식은 일일 단위로 매매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6일 개장 직후 장중 3000 장벽을 뚫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3.30% 올라 주요국 증시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 증시가 앞장서 달리며 새 역사를 쓰게 한 힘은 '동학개미'로 불린 개인투자자들의 쉼 없는 매수세다. 집값 폭등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동성 장세 속 핵심 세력으로 떠오른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2조원 넘게 순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 3000 시대를 견인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날도 우량주 '저점 매수·고점 매도'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 주식을 1조11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코스피 기준 개인 순매수액이 약 2조원인데 이 금액의 절반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순매도에 밀려 전날보다 2.03% 떨어진 8만2200원에 마감했지만 개인은 반대 매매에 나섰다.
'개미들의 성지'로 통하는 키움증권은 지난 5일 하루에만 3만9756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돼 회사 창립 이래 하루 단위 역대 최대 기록을 냈다. 지난달 키움증권 신규 계좌 수는 50만2000개로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KB증권이 코스피 전망치를 기존 2750에서 3300으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이달 4일 삼성증권은 2850에서 3300으로 올려 잡았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영업이익 추정치가 줄줄이 상향 조정된 결과"라면서 "역사상 최고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정점이었던 2018년(197조40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180조원대에 안착했고 내년에는 218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 바, 시장이 이를 선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리플레이션 트레이딩(장기 채권을 팔고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 강세와 외국인·개인투자자 간 수급 선순환도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배경이다.
다만 시장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상승장을 지켜본 개인들이 '상승장에서 나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나서는 '고립공포감(FOMO)' 증후군이 팽배해 있다. 이에 따라 개인들이 성급히 매수에 뛰어드는 추격 매수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기초여건(펀더멘털)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올라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과열 국면"이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경제 정상화가 이뤄지는 시점이 되면 성장기업과 한계기업 간 양극화가 두드러지면서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와 실물경제 간 괴리가 크다는 점에서 우리가 알던 기준으로는 이미 과열 국면"이라면서 "실물경기가 뚜렷하게 좋아지는 조짐이 보이면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장 마감 기준 1000을 뚫은 건 1989년 3월 31일(1003.31)이 처음이다. 당시에는 한국 경제가 이른바 3저(저금리·저유가·저달러) 호황을 누리던 시기다. 다만 1500선을 돌파한 2007년 4월 9일(1501.06)이 되기까지는 8년이 걸렸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