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유통업체와 네이버, 카카오, 쿠팡, 위메프, 넥슨, 넷마블 등 정보기술(IT) 기업,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은 요기요 매물가치 평가에 착수했다. 요기요는 지난해 거래액 기준 국내 2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시장점유율이 19.6%에 달한다. 누구든 인수만 하면 시장 2위로 올라설 수 있는 매물이다.
비록 본격적인 매각 시동이 걸리기 전이지만, 유통 대기업이 요기요를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DH가 본인들과 강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할 기업에 요기요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당장은 배민이 배달 앱 시장점유율 78%를 차지하며 절대적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배달음식 시장 성장성을 봤을 때 언제든 지각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마트, 롯데몰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온라인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우면 언제든 시장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DH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IT 강자에 요기요를 안겨주기에도 버거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지도가 높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배달업계 강자로 떠오를 수 있어서다. 실제 네이버는 배민 지분 인수를 비롯해 부릉, 생각대로 등 배달 앱·배달대행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카카오의 주문하기 역시 지난해 상반기 가입자가 650만명에 달하는 등 상승세가 강하다.
이에 자금력이 충분한 사모펀드 운용사들을 유력 후보로 꼽는 전망이 부상하고 있다. 최근 1년 새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는 규모가 큰 펀드를 조성하면서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실탄을 충분히 소진하지 못했다. MBK파트너스가 신규 조성한 약 7조8000억원의 펀드를 비롯해 지난해 새로 꾸린 조 단위 사모펀드만 4개에 달한다.
온라인 게임사가 복병이 될 것으로 보는 쪽도 있다. 게임사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혜를 보며 자금이 두둑할 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운용 노하우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이 코웨이를 인수한 것처럼 넥슨, 엔씨소프트 등이 의외로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PEF 운용사는 요기요의 상승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 발 빠르게 계산해보고 있다. 앞서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와 벤처캐피털(VC)은 배민 투자로 결실을 맺은 바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골드만삭스PIA는 2014년 400억원을 들여 배민 지분을 매입했다. 해당 지분은 현재 가치가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사모펀드 운용사들 사이에선 요기요가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매물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4~5년 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할 때 매각할 상대방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다시 사들이기엔 불가능한 상황에서 추후 어떤 기업에 팔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IB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조원 이상의 대형 딜로 예상돼 매각 주관과 인수 금융, 매각 자문에 따른 수수료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우아한형제들이 DH에 인수될 때는 JP모간체이스가 매각 자문사를 맡았으며, 인수 자문사는 모건스탠리 한국지사가 담당했다.
요기요 기업가치에 대해선 시선이 엇갈린다. 한 IB업계 관계자는"시장에서 언급되는 2조원은 지나치게 높다"며 "DH가 배민을 5조원에 인수했으니, 시장점유율이 배민의 4분의 1 수준인 데다가 1위 프리미엄도 없는 요기요 가치는 1조원 안팎이 적
반면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민 가치가 7조~8조원 수준으로 올랐으므로 요기요도 1조5000억~2조원 사이로 평가 가능하다"며 "공정위가 매각 유예조건을 달아뒀기 때문에 DH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본인들에게 유리한 딜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봤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