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부동산원 통계상 공실률이 0%인 핵심 상권조차 빈 상가가 태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여기저기 공실이 눈에 띄는 서울 압구정로데오 거리. [매경DB] |
지난달 31일 서울 압구정역. 연말을 기념하는 인근 직장인들의 들뜬 분위기 대신 코로나19 공포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매서운 한파에 옷깃을 여미며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너머로 곳곳에 임차인들을 찾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수년 전 억대 권리금을 주고 이곳에 들어온 상인들조차 무권리금으로 가게를 내놓기 일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의 상가 통계상 이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0%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주택 가격 통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표본 수를 대폭 확충하고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받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상업 통계는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1일 매일경제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분기 소규모 매장(2층 이하·연면적 330㎡ 이하) 임대 동향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실률이 0%인 상권이 전국 68곳에 달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전국 207개 주요 상권에서 4077개동을 표본추출해 전체 연면적을 전체 공실 면적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공실률을 구한다. 통계상 2020년 3분기 전국 상권의 32%에서 소규모 상가에 공실이 전혀 없다고 집계된 셈이다.
서울만 해도 소규모 점포 공실률이 0%로 집계된 상권은 18곳에 달했다. 시청을 포함해 도산대로와 신사역, 압구정, 청담 등 서울 지역 핵심 상권은 물론 신림역, 망원역, 가락시장, 잠실송파 등 서울 외곽 지역 상권도 두루 포함됐다. 숙명여대, 경희대, 건대입구 등 대학 인근 상권도 소규모 상가에서 공실률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은 상가 공실률을 집계할 때 투자수익률 등 임대료 정보를 함께 취합한다. 상가 임대를 전제로 한 통계를 함께 파악하는 탓에 임대면적이 연면적 50% 이하가 된 상가건물은 표본에서 제외된다. 2층 이하 소규모 상가는 층별로 임대차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한 개 층이라도 공실이 생기면 표본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 상황과 달리 공실률 0%라는 통계가 만들어지는 이유다.
전국 상권의 중대형 점포(3층 이상·연면적 330㎡ 초과)에 대한 통계 역시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가 전국 상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부동산원 통계상으로는 전국 상권 중 26%는 중대형 상가에서 지난해 대비 공실률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대형 상가는 한국부동산원이 전국 211개 상권에서 4310개동을 표본추출하는데, 코로나19 습격 이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2020년 3분기 공실률이 개선된 상권만 55곳에 달했다.
한국부동산원 상가 통계는 현실을 반영하기에 표본이 지나치게 적은 점이 문제로 꼽힌다. 압구정은 중대형 점포 표본이 21개동으로 3년째 같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고, 소규모 점포는 표본이 6개동에 불과했다.
서울 테헤란로는 15개동, 성남 분
한국부동산원 역시 표본 개수를 늘려가고 있지만 시장 현실을 모두 제대로 담기에는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한국감정원은 관련 예산을 확충해 올해와 내년 상가 표본을 20%가량 꾸준히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