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신년기획 REbuild 자본시장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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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에 투자한 유럽 자본의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관련 정보공개 요구가 한층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블랙록은 올해 초 주요 투자기업들에 새로운 기후 현실에 맞설 것을 촉구하면서 "화석연료로 25%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선전포고했다. KB금융도 이러한 내용이 담긴 연차 서신을 받았다. 앞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월가 자본뿐 아니라 유럽계 자본의 ESG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운용사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NNIP)에서 책임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아드리 하인스브루크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유럽의 ESG 규제가 한국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유럽계 자산운용사가 투자한다면 해당 기업의 사업이 지속가능성에 잘 부합하고 있는지 추가적으로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SG는 이제 부수적인 투자 접근 방식이 아니라 투자의 기본이자 주류가 되고 있다"면서 ESG 투자가 이미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SFDR의 시행에 따라 유럽 자산운용사들은 모든 운용 펀드를 지속가능성 정도에 따라 그레이, 라이트그린, 다크그린으로 나눠 ESG 등급을 평가하고 이를 투자설명서에 반영하게 된다.
SFDR는 2018년 5월 발표된 EU 집행위원회의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행동계획'에 따라 마련된 규제로 지난해 11월 말 공식 발표됐다.
아울러 EU 내 피투자기업의 지속가능 활동 관련 공시의무도 강화될 예정이다. EU에서 SFDR과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비금융기관 보고 지시(NFRD)' 제도 보완에 착수하면서다. 유럽에서는 ESG가 단순한 투자 테마나 전략이 아닌 보편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하인스브루크 CSO는 "사회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업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ESG 투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테크, 모빌리티, 에너지 부문의 기술 발전은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 전력 수요의 변화,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가속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정부 주도로 디지털 전환과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이 이뤄지고 있는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NNIP는 네덜란드 NN그룹의 자회사로 전 세계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로부터 3460억달러(약 376조원)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 중인 대형 자산운용사다. 운용자산 중 약 71%가 ESG 통합전략에 따라 운용되고 있으며 2023년까지 ESG 통합 운용자산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엔 책임투자원칙기구(UN PRI)는 지난해 NNIP의 ESG 통합 전략과 지배구조 접근법을 높이 평가해 최고등급인 A+를 부여했다.
하인스브루크 CSO는 ESG 산업이 발전하고 전문가가 차츰 육성되면서 ESG 평가 기준도 체계적인 틀을 갖춰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ESG 평가가 어떤 하나의 공식으로 산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 요소에서 최소한의 수준을 갖추도록 요구된다"며 "설령 한두 가지 요인이 평균을 밑돌더라도 개선 여지가 크고 높은 잠재력을 지녔다면 해당 기업과 협력해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데 이것을 ESG 모멘텀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ESG 평가 역량을 기르기 위해 기업의 장기적인 리스크 요인을 인지하고 이와 관련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인스브루크 CSO는 "책임투자의 확산은 ESG 요소가 향상될 때 투자 성과도 함께 개선될 수 있다는 합리적 근거에 뒷받침되고 있다"며 "책임투자는 선택적 기준이 아닌 투자에 대한 기본적 접근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가영 기자]
뛰는 코스피 위에 날아가는 ESG펀드
국내ETF 7개중 5개 시장상회
동기간 수익률 최대 5%P 격차
MSCI 신흥국지수 12%오를때
ESG 추가한 지수 17.3% 상승
ESG등급별 4년간 주가상승폭
상위권, 하위比 35%P 더 올라
하락장선 방어 상승장선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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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지속 가능하고 수익과 주가 상승률에도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기업 ESG 점수를 평가하는 핀테크 업체 '지속가능발전소'를 이끄는 윤덕찬 대표는 "기관마다 ESG 평가 방법이 진화하고 기초적인 데이터 양과 질도 개선돼 ESG 점수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올라갔다"며 "최근 4년간 ESG 등급 상위 기업들 주가가 하위 기업보다 35.7%포인트 더 올랐다"고 말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ESG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을 살펴봐도 ESG 투자 수익성은 결코 나쁘지 않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을 코스피 상승률과 비교해 보니 2개 상품을 뺀 나머지 5개 상품은 코스피를 추월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31.57% 올랐는데 'TIGER MSCI KOREA ESG유니버설 ETF'는 36.51% 상승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년 수익률을 살펴봐도 7개 중 4개가 코스피 상승률을 앞질렀다. 최근 1년 성과가 가장 뛰어난 상품은 'KBSTAR ESG사회책임투자 ETF'로 32.68% 수익률을 올렸다. 이 기간 코스피는 27.42% 올라 5%포인트 이상 더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KBSTAR ESG사회책임투자' 순자산은 연초 73억원에서 최근 1000억원을 돌파했다.
ESG 투자가 위기에 강하다는 사실도 국내외 연구 결과로 입증된다. 지난해 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2013~2017년 5년간 4128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영업 실적과 주가 하락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2018년 S&P500 지수는 -4.4% 수익률을 보였지만 ESG USA 리더스 지수는 -3.1%, ESG USA 유니버설 지수는 -3.7%로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지난 10월 20일 기준 S&P500은 8.2% 올랐지만 ESG USA 리더스는 8.5%, ESG USA 유니버설은 11.7% 올랐다. 주가가 빠질 때는 덜 빠지고, 오를 때는 더 올랐다.
특히 ESG 투자는 이머징마켓(EM)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MSCI EM 리더스 지수 수익률은 12.8%였지만 'ESG 요소'를 가미한 MSCI EM ESG 리더스 지수 수익률은 17.3%로 4.5%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전 세계를 커버하는 지수나 선진국 지수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유독 이머징마켓에서는 일반 지수와 ESG 지수 간 수익률 차이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ESG 잘하는 기업,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수익 창출력도 좋은지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MSCI ACWI 지수를 구성하는 전체 기업 중 ESG 등급 상위 30% 기업과 하위 30% 기업의 최근 7년(2013~2020년)간 이익증가율을 분석해 봤더니 상위 30%는 2.89%, 하위 30%는 -9.22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환경과 재무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을 감안한다면 향후 매출액 증가와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