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發 금융부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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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과 금융위원회,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금융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해 집행한 금융 지원 규모는 모두 261조10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20일(250조9000억원) 이후 불과 보름 새 10조2000억원이나 불어난 숫자다.
코로나19 상황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이 금액 중 일부가 부실채권으로 금융권에 돌아오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라며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기업은행에 이자도 못 갚겠다며 유예를 신청한 대출 원금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3조4420억원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은 이 가운데 최소 30%, 많게는 50%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부도 처리 수표' 규모가 최소 1조326억원에서 최대 1조7210억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원금과 이자가 들어오지 않을 것을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금융 지원의 절반인 133조5000억원을 책임지고 있는 정책금융기관에서도 부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코로나19 금융 지원 규모가 40조원에 달하는 신용보증기금은 내년도 보증 부실과 관련한 수치인 일반보증 사고율(부실 발생액을 보증 잔액으로 나눈 값)과 대위변제율(대위변제금액을 보증 잔액으로 나눈 값)을 각각 4.2%와 3.6%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전망치보다 각각 1.4%포인트, 1.2%포인트 오른 수치다. 신보 관계자는 "내년에는 부실 발생액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김유신 기자]
금융부실 뇌관된 대출 이자유예…시중銀 "내년 3월엔 끝내야"
이자 못갚는 대출원금 3.4조
中企·소상공인 디폴트 위기
정책금융 133조도 부실 우려
저신용자 몰린 기업은행 비상
시중은행 부실대비한 충당금
1.6조로 전년比 2.6배 늘렸지만
美은행은 영업익의 61% 쌓아
韓은행들 15%로 준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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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시중은행에 붙어 있는 서민금융상품 홍보물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
이씨와 같은 사람들은 사실상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로 볼 수 있지만, 현재 은행에서는 정상 채권으로 분류된다. 만기가 연장돼 원금이 연체된 것도 아닌 데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씨 채권은 자연스럽게 은행 부실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은행에 이자 낼 형편도 안되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이자 납부를 유예해 준 경우는 부실 가능성이 더 높다. 은행들은 부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 본능적으로 대출을 조인다. 신규 대출을 줄이고 기존 대출을 회수한다. 이 경우 경제는 위축되고 이로 인해 도산 위기에 처하는 자영업자는 더 늘어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 시중은행, 2금융권 등이 지난 4일 기준 261조1000억원에 달하는 코로나19 금융 지원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정책금융기관은 신규 대출·만기 연장·신규 보증·만기 연장 보증 등을 통해 133조5000억원(51.1%)을 책임지고 있다. 나머지 48.4%에 달하는 126조4000억원을 시중은행이 짊어진 상황이다.
은행들은 주로 신규 대출과 원리금(분할 상환 기준) 연장, 이자 유예 등을 통해 코로나19 지원에 나섰다. 이자 유예를 한 대출 원금은 지난 18일을 기준으로 시중 6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기준으로 3조4420억원에 달한다. 이 원금에 대한 이자 유예 금액은 모두 707억원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은행 내부적으로 이자 유예를 신청한 대출에 대해 최소 30%에서 최대 50%까지 디폴트가 날 것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유예 원금의 30%에 해당하는 1조326억원을 이미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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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재무제표 공시 기업 2298곳을 분석한 결과 적자(2020년 1월~2021년 12월 누적 가계수지 기준) 자영업자 가구 비중이 22.4%로 추정됐다. 이는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고 코로나19 충격이 지속된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때 수치다.
은행들은 대손충당금도 늘리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올 3분기 까지 누적 충당금 규모는 1조6226억원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충당금인 6162억원보다 2.6배 늘어난 것이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씨티은행, 웰스파고 등 미국 4대 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충당금은 70조3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4대 은행 영업이익(114조6343억원)의 61.4%에 달한다. 똑같은 기준으로 국내 4대 은행의 영업이익 대비 충당금 비율은 15.3%에 불과하다. 한 시중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은 한동안 록다운(봉쇄) 상태였고, 국내 은행들은 대출에서 담보 비중이 높아 직접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주로 돈을 빌려 썼기 때문에 이곳이 '약한 고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1.5% 금리로 3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았다. 신용대출 금리가 연 3~4%대인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이자 부담은 모두 기업은행과 이를 보증한 보증기관이 떠안아야 한다. 11월 말 기준 기업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부실 채권)은 2조9344억원에 달한다. 이 부실 채권에는 코로나19 지원 관련 대출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대출 대비 부실 채권 비중은 1.2%로 치솟았다. 지난 3분기 기준 0%대에 불과한 시중은행의 부실 채권 비율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편이다.
재무 위험이 높은 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금융 지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보증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올해 보증기관의 신규 보증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신규 보증이 14조원, 기존 대출에 대한 보증 규모가 25조600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보는 보증 부실과 관련한 수치인 내년 일반 보증 사고율(부실 발생액을 보증 잔액으로 나눈 값)과 대위변제율(대위변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지원이 서민과 기업 쪽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