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준금리 동결 이후 상업·업무용 부동산 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저금리가 길어질수록 은행예금의 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유망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아 '청포자(청약 포기자)'로 일컬어지는 30대들이 주거용 오피스텔에 몰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달 14일 기준금리를 기존 0.5%로 동결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실물경기 위축이 우려되자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기조에 은행 예금의 가치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11월 기준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0.7%로, 작년 11월보다 약 0.9% 줄었다. 1000만원을 넣어놔도 1년 이자는 7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시중 유동성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의 '10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분석 자료를 보면 10월 시중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는 3150조5030억원(원계열·평잔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1.12%, 전년 동월 대비 9.66% 증가한 수준이다. 광의통화는 현금통화를 비롯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2년 미만 정기예적금 상품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을 뜻한다.
시중 풍부한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받는 아파트 등 주택 보단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덜한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이 반사이익을 얻는 모습이다.
이는 투자수익률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전국의 상업·업무용 부동산 평균 투자수익률은 3.77%다. 이는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보다 약 5배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이 같은 격차는 유지 또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게 수익형 부동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아파트 청약 당첨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30대들이 관심을 갖는 물건은 단연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405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약 8.2% 증가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 유무나 거주지 제한, 주택 소유 여부 등에 상관없이 국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자는 누구나 청약 신청을 할 수 있고 서울 지역의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20~40%인데 비해, 오피스텔은 최대 70%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또 여러 채를 소유해도 무주택으로 간주해 계속해서 청약 가점을 쌓을 수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소형 아파트와 유사한 4베이(Bay) 평면에 판상형 맞통풍 구조로 설계된 신규 단지가 등장하면서 실수요자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오피스텔을 주택수에 포함 시키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투자수요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 주거용 오피스텔 주택수 포함…공시가 1억원 이상 구입시 취득세율 중과
아파트 등 주택을 보유한 경우라면 주거용으로 사용한 오피스텔을 매도할 때도 양도소득세 중과 기준이 적용되고, 올해 8월 12일 이후로 공시가 1억원이 넘는 오피스텔을 취득했다면 이후 주택을 거래할 때 취득세 중과(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 8%·3주택자 12%, 비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 1~3%·3주택자 8%·4주택자 12%) 대상이 된다.
이로 인해 최근 주거용 오피스텔은 전세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데 비해, 매매시장에선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오피스텔 전세값은 7월 이후 8월 0.11%, 9월 0.15%, 10월 0.17%, 11월 0.20%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 반면,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6월 1만4730건에서 7월 1만8992건으로 29% 증가한 이후 8월 1만3027건, 10월 1만924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오피스텔은 기본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이기 때문에 지방세와 취득세를 합해 4.6%의 높은 세금을 내야하는 데다 매매가격도 잘 안 오르는 편이어서 전세를 받으면 사실상 손해"라며 "월세 위주인 오피스텔 시장에서 전셋값이 오르는 건은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결국 오피스텔로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로, 오피스텔 매매·분양시장은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서울의 경우 지난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 치솟고 있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을 부추길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전세물건은 구하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매입하기에는 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체 주거지로 주거용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 주택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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