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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재개발이 추진 중인 강북구 번동 주택가 모습 [사진 = 다음 로드뷰] |
23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충부 충주 내 1979년 준공된 주공 아파트(지상 5층, 720가구)의 경우 올해 초 4000만원 수준이었던 전용 35㎡ 매물이 이달 초 95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거래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배 가까이로 늘었다. 강원도 원주시 도심에서 1988년 준공된 지상 5층 주공아파트도 최근 두 달 사이 3000만~4000만원씩 가격이 뛰었다.
충주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도 안보고 집을 사는 매수자 대부분이 외지분들"이라며 "직접 오지 않고 위임장가지고 대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노후 아파트를 사들인 이들은 대부분 원정 투자자들로, 매입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1억원이 안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주택자가 추가로 사는 집은 취득세를 중과하지만, 중과 대상에서 제외된 '공시가 1억원 이하 주택' 규정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다.
1억원이 넘으면 세율이 기존 4%에서 최대 12%까지 오른 반면, 공시가격이 1억원 이하인 집의 세율은 예전과 똑같은 1.1%(단, 양도소득세는 중과)다. 팔아도 차익이 크지 않아 예외로 뒀다는 게 '7·10 대책' 발표 당시 정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외규정은 넉 달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투기세력에게 먹잇감을 제공한 격이 됐다.
서울 포함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경기부동산포털을 보면, 경기 고양 탄현동 A아파트 전용 50㎡은 지난 달부터 한 달 반 동안 27건이나 매매거래됐다. 이는 올해 초 대비 10배가량 증가한 건수다. 특히 전용 50㎡, 59㎡ 두 가지 주택형으로 구성된 해당 단지에서 전용 59㎡가 5건만 거래되는 동안 상대적으로 작은 전용 50㎡는 25건이나 손바뀜됐다.
단지 인근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50㎡의 공시가격은 저층의 경우 8920만원이고, 중층은 9850만원으로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이에 비해 전용 59㎡는 저층이라도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다 보니 상대적으로 거래가 적고 문의도 오지 않는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서울 번동 일대의 노후 주택도 부동산 큰손들이 찾아낸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공공재개발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시가 1억원 이하 다세대 주택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
서울 번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도 많고, 거래도 종종 체결되고 있다"면서 "가격도 작년 이맘때 비해서 최소 100% 올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기세력이 매물을 쓸어 담으며 호가를 끌어올리면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풍선효과로, 전혀 주목받지 않았던 시장까지 정부 규제를 피한 돈이 들어와 가격이 뛰면서 서민층이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면서 "결국 모든 피해를 서민들이 볼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공시가 1억 이하' 투자에 함부로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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