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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기업의 유상증자는 주주 가치 희석 요인이 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들 신재생에너지주들이 증자대금을 풍력, 2차전지 등 주력 분야의 투자 재원으로 사용키로 하며 향후 기업 가치가 커질 것이란 기대로 주가가 오히려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 양극재 업체인 포스코케미칼은 지난달 6일 장 마감 이후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회사 측은 시설 투자에 6800억원을 사용하겠다며, 자금의 70%를 국내외 설비 증설 등 2차전지 소재 설비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자 계획을 밝힌 다음 거래일 날(11월 9일) 주가는 2.5% 하락했지만 이후 주가는 상승 흐름을 타서 22일 종가 기준으로 33.9% 상승했다.
풍력 업체 씨에스윈드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20일 장 마감 이후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알리며 시설자금(2916억원) 대부분을 미국 내 풍력 기지 설립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거래일 날(11월 23일) 주가는 1.59% 하락했으나 이후 주가는 역시 상승하며 22일까지 한 달 새 29.7%나 올랐다.
21일 장 종료 후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한화솔루션의 주가 흐름도 나쁘지 않았다.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규모는 기존 주식 수(1억5986만주)의 19.7%(3141만4000주)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임에도 22일 주가는 1.19% 하락에 그쳤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62%, 2.61% 하락하며 시장 전체가 하락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이날 삼성증권은 한화솔루션의 증자 규모가 커 주주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8% 내린 5만5000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로 어떤 업종보다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큰 신재생에너지주들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주가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주 가치 희석보다는 향후 성장을 통한 실적 개선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에 대해 "유상증자로 단기 주가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은 존재하나 성장주로의 재평가를 통한 주가의 중장기 추세적인 상승의 방향성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5년 실적 목표를 매출액 21조원, 영업이익 2조3000억원으로 기존 목표치보다 각각 17%, 44%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씨에스윈드에 대해 "유상증자로 22%의 주당순이익(EPS) 희석 효과가 있지만, 실적 개선 효과는 이를 충분히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장 큰 투자 리스크가 미국의 무역장벽이었는데 미국 진출로 디스카운트 요인이 사라지고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들이 미래의 성장이란 기대를 주려면 신규 사업 계획이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