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의 힘' 개미 대해부 ② ◆
서울 소재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 모씨(28)는 올해 3월 폭락장을 경험한 뒤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은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해 주식 매수 기회로 삼았다"며 "올해 2~3분기에는 코로나19 수혜주로 예상되는 카카오를 매매했고 지난달에는 경기순환주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정유주를 적극 매수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현재 주식 투자 수익률은 50~60% 정도다.
올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이 대거 투매할 때마다 우량주를 저점 매수하면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 들어 외국인이 하루에 1조원 이상 순매도한 날은 3월 9·13·17일과 8월 31일, 11월 30일, 12월 10일 등 여섯 차례였다. 개인투자자들은 그때마다 4000억~2조2000억원대 순매수로 증시 급락을 막아냈다.일례로 외국인이 주식 1조3125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진 3월 9일 개인투자자들은 1조28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1900선을 지켜냈다. 코스피가 1500선을 향해 추락하던 3월 13일 외국인이 주식 1조1650억원어치를 순매도할 때 개인은 삼성전자·현대차를 중심으로 4463억원을 순매수했고, 이어 17일 외국인이 1조30억원을 순매도하던 때 개인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6010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가 이때 투자한 현대차 주식을 이달 11일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118%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매도할 때 과거 개미들은 '설거지 당한다'는 표현처럼 수익률 급락을 경험했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증권업계는 평가했다.
지난 8월과 11월 말 MSCI 신흥국지수 조정이 이뤄질 때나 이달 10일 이른바 '네 마녀의 날'(개별 주식 선물·옵션과 지수 선물·옵션 만기가 겹치는 날)을 맞아 증시 변동성이 커진 시점에서도 외국인과 달리 개인은 순매수에 나서 최근 코스피 상승세를 이어왔다.
[김인오 기자 / 신유경 기자]
'금융위기후 V자 반등' 학습효과…개미들, 공포장서 뚝심투자
IMF·글로벌금융위기 거치며
'살아남을 기업에 투자' 체득
코로나 확산·MSCI 재조정 등
외국인 兆단위로 매도할 때
우량주 저가매수로 큰 수익
◆ 증시 공포 이겨낸 개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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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이 달라졌다. 과거 외국인이 주식을 시장에 던지면 공포에 질려 매도세로 대응하던 것과 완전히 달라졌다. 일시적으로 외국인이 자산을 재조정하면 '스마트 개미'들은 이 틈을 노려 우량주를 선점하고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MSCI 재조정에 따른 투자 주체의 대응만 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MSCI 한국지수는 추종 자금만 60조원에 달해 지수를 조정하는 날이면 주가가 폭락하는 경향을 띤다.
올해 들어 스마트 개미들은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가장 최근 MSCI 정기 변경이 있던 지난달 30일이 대표적 사례다. 외국인은 이날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이전보다 약 0.3%포인트 줄어들자 2조4378억원 매물 폭탄을 떨어뜨렸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를 받아낸 것은 개인이었다. 개인은 지난달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20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또한 역대 최대였다. 결과는 스마트 개미의 승리였다. 이날 코스피는 1.60% 하락했지만 다음날 반등하기 시작했다. 당시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는데 지난 11일까지 수익률이 10.04%를 기록했다.
당시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우, 삼성SDI, 네이버, 신한지주 등이 있었는데 이들 또한 같은 기간 수익률이 4%를 넘어섰다. 불과 열흘 만에 거둔 것을 감안할 때 양호한 성적표다. 이는 올해 들어 반복되는 현상으로 주목을 끈다. 지난 8월 MSCI 재조정이 있을 때 개인은 1조5696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때부터 이달 11일까지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19.08%에 달한다. 이는 당시 외국인이 1조6362억원을 순매도한 물량을 소화하면서 얻어낸 수익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3월 폭락장 이후 곧바로 'V자'로 반등하는 것을 보면서 개인이 공포를 이겨내고 있다고 본다. 일시적 이벤트로 주가가 급락하면 이를 매수 타이밍으로 보고, 주가가 전체적으로 오르면 이를 수익 실현의 기회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3월 외국인이 1조원 이상 순매도한 날은 모두 사흘이었다. 당시 외국인이 쏟아낸 매도 물량 절반 이상을 개인이 소화했는데, 그때부터 이달 11일까지 코스피 수익률은 40~60%가량을 달성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사람 이야기만 듣고 투자할 때는 실패 확률이 높지만 이번에 개인투자자들은 우량주 위주로 공포를 통제하면서 투자했다"고 평가했다. 최 센터장은 "3월 폭락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망하지 않는 회사'였다"면서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고 살아남을 기업에 개인 투자자금이 몰린 결과"라고 덧붙였다.
반면 지난해는 MSCI 재조정 당시 외국인 매도 물량 대부분을 기관투자가가 소화했다. 지난해 5월 28일 MSCI 재조정이 이뤄진 날 외국인은 7189억원을 순매도했는데 기관이 6227억원, 개인이 1199억원을 순매수했다. 뒤이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해 8월 27일 1186억원, 11월 27일 1437억원을 순매도했는데 대부분 기관이 순매수해 물량을 소화했다. 지난해 코스피가 1년 동안 7.67%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과 기관이 핑퐁 게임을 하는 사이 수익률이 10%를 달성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는 올해 남들이 두려워할 때 1등주를 매수하는 '버핏식 투자'를 보여줬다"면서 "과거 IMF 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 위기가 지난 이
[김규식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