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은 최근 BIS 비율이 일제히 상승했다고 밝혔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18.71%), NH농협(18.13%), 우리(17.89%), KB국민은행(17.2%)이 모두 17% 이상을 기록했다.
5대 은행 중 하나은행만 총자본비율이 15.38%로 시중은행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모든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은행의 위험(리스크) 관리 능력이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은행 간 BIS 비율 차이는 실제 건선성 개선보다 기준 변경에 따른 효과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모두 바젤Ⅲ 기준을 적용한 반면 하나은행만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BIS 비율이 낮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젤Ⅲ에는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100%에서 85%로 하향하고, 기업대출 중 무담보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에 디폴트(부도)가 났을 때 손실률을 각각 45%에서 40%로, 35%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가중치를 크게 낮춰 일시적으로 BIS 비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 3분기 재무제표에도 바젤Ⅲ를 적용해보니 총자본비율이 17.89%로 나왔다. 원래 수치보다 2.51%포인트나 높아지면서 우리은행과 동률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바젤Ⅲ를 도입하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낮아져 BIS 비율이 급상승하게 된다"며 "은행 실질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평가 기준만 달라졌기 때문에 은행 건전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바젤Ⅲ 도입 전 BIS 비율을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다른 은행들이 기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 '눈치 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분기에 은행 건전성 지표가 크게 개선되면서 코로나19 금융 지원 확대가 가능해졌는데 이것이 '착시 효과'로 비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3분기 말 현재 5대 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 BIS 비율이 16.02%로, 전 분기 말보다 1.46%포인트 올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2023년 1월까지 도입하기로 한 바젤Ⅲ를 2년 이상 앞당겨 도입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바젤Ⅲ 조기 도입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은행만 바젤Ⅲ를 도입했고 이것이 3분기 건전성 지표 상승으로 이어졌는데 정말로 은행이 좋아진 것으로 인식될까 봐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