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중 갈등 속 '나스닥 따라하기'에 나서 기업공모(IPO)를 쏟아내온 중국증시에서 내년 주요 투자자들 보유 물량이 대거 풀릴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올해 중국 증시는 5년래 최고치를 달리면서 한국 투자자들의 눈길까지 잡아끌었지만 '락업'(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서 물량 폭탄이 터지면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진다.
9일 블룸버그 통신은 "내년 중국에서 락업 해제 물량이 4조6000억 위안(약 767조500억원) 규모이며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최대"라고 전했다. 해당 금액은 현재 중국 증시 전체 시가 총액의 7%에 해당하는 액수다. 보호예수는 기업이 상장하거나 새 주식을 추가 발행할 때 대주주나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들이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으로, 개인 등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중국의 경우 보호예수 기간은 일반적으로 6개월~3년 정도다.
중국 산업증권은 내년 2~3분기(4~9월)에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량이 대거 풀리는 부문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 스타마켓(커촹반)에 최근 상장한 기술주들로 투자자들 관심이 많은 분야다. 대표적인 종목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과 의료기기업체 선전마인드레이바이오메디컬, 대만 폭스콘 자회사 폭스콘산업인터넷, 중국 CSC파이낸셜, 인민재산보험(PICC) 등이다. 해당 다섯 종목에서만 1980억위안(약 32조원) 어치 보호예수 주식이 시중에 풀릴 예정이다. 중국 국제자본은 "내년 6~7월 특히 스타마켓에서 전자·의료 기술 분야 물량이 많이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증시가 상승세를 달리던 지난 7월 상하이 스타마켓에서는 일부 기업 보호예수 기간이 시장이 3거래일 연속 하락해 8.2%급락한 바 있다. 스타마켓 주요 기술주를 추종하는 CSI 300지수도 같은 기간 4%대 하락선을 그었다.
다만 내년 기업들 주식 매도 물량은 블룸버그 추산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최근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을 향해 유상증자를 부추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을 향해 상장을 하거나 새 주식을 추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라는 입장이다.
또 최근 중국 내에서 기업들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이 이어지자 기관 등 주요 투자자들이 채권보다는 상장 기업 지분 투자에 나섰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자본증권의 에이미 린 연구원은 "최근 디폴트 사태 이후 주식을 발행하겠다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이는 앞으로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꾸준히 나올 것이라는 의미"라면서 "시장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밖에 최근 중국 스타트업들이 상하이 스타마켓에 줄줄이 상장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들 기업 중에는 주요 주주 보호예수 기간이 내년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를 기준으로 올해 중국 A주 IPO 금액은 총 4380억위안(약 72조9971억원)으로 지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A주는 홍콩증시가 아닌 상하이·선전 등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한 기업 주식을 말한다.
미·중 무역갈등이 한창이던 지난해 중국은 상하이 스타마켓에 나스닥 스타일 IPO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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