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실손보험료 차등제 도입…갈아탈 유인은 `글쎄`

↑ 실손보험료 할인·할증 단계 예시.[자료 제공: 금융위원회]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에 대한 4번째 제도개선으로 보험료 차등제가 내년 7월부터 도입된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비급여 청구 실적을 기준으로 할인·할증 단계를 결정하고, 이를 차년도 보험료에 반영하는 방식이 골자다. 실제적인 보험료 할인·할증은 상품 출시 후 3년 경과 시점부터 적용한다.
금융위원회는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실손보험, 이용한 만큼 보험료를 내는 할인·할증 제도가 새로 도입됩니다' 자료를 통해 내년 7월 제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예고했다. 핵심은 실손보험료 상승의 주요 원인인 비급여 보장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한편, 비급여 의료 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기부담금과 통원 공제금액이 종전 실손보험 대비 높아진다. 급여(20%)·비급여(30%) 자기부담률이 각각 기존보다 10%포인트씩 상향되고 급여와 비급여의 통원 최소 공제금액이 1만원과 3만원으로 의료기관 구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김동환 금융위 보험과장은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은 자기부담금 수준과 통원 공제금액 인상 효과로 보험료가 기존 상품보다 최대 70% 가량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내년 7월 출시되는 제4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출시된 실손 대비 약 10%, 2009년 이후 표준화 실손 대비 약 50%, 표준화 전 실손 대비 약 70% 정도 보험료가 인하된다.
실손보험 비급여 의료 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 적용 단계는 5등급으로 운영된다. 예컨대 비급여 지급이 없으면 1등급 할인을 받아 차년도 보험료가 5% 내외로 낮아진다. 금융위는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의 72.9%, 10명중 7명꼴로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비급여 지급이 100만원 미만인 실손보험 가입자의 25.3%는 2등급으로 분류, 보험료가 유지된다.
나머지 3, 4, 5등급은 비급여 지급이 각각 150만원 미만, 300만원 미만, 300만원 이상으로 보험료 부담이 100%, 200%, 300% 더 늘어난다. 보험료 할증 구간에 있는 실손보험 가입자는 현재 통계 기준으로 3등급 0.8%, 4등급 0.7%, 5등급 0.3%로 집계됐다.
김 보험과장은 "할증 등급이 적용되는 실손보험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극소수인 1.8%인 반면 대다수 가입자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단, 금융당국은 실손보험료 차등제는 의료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충분한 치료가 필요한 '불가피한 의료 이용자'에 대해서는 적용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의 보완형 상품으로서의 연계성 강화를 위해 실손보험 재가입 주기를 현행 15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과거 사고 이력 등을 이유로 기존 가입 보험사가 실손보험 계약 인수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제도개선에 대해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기존 계약자를 제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해야 정책의 실효성이 있는데, 뚜렷한 유인이 없다"며 "착한실손처럼 반쪽짜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손보험료 상승의 원인인 과도한 비급여 진료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았기 때문에 실효성은 더욱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손보험은 2009년에 의료비를 100% 보장함으로 인한 과도한 의료 이용량 증가를 유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부담금을 도입하고 보장내용을 표준화했다. 2012년에는 재가입주기 도입(15년), 보험료 조정주기 단축(3년→1년), 자기부담금 확대 등 실손보험 종합개선대책을 시행했다. 가장 최근인 2017년에는 일부 비급여의 과잉진료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2년 무청구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 제도를 도입한 착한실손보험을 출시했다.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