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증시 폭락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던 유럽과 중남미 지역 신흥국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
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 주식 펀드가 최근 1개월 새 24.17%의 고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9.00%)는 물론 북미 주식형 펀드(10.02%)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신흥 유럽 주식 펀드와 러시아 주식 펀드도 각각 20.07%, 17.4%의 높은 성과를 올렸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시화하면서 팬데믹에 따른 피해가 비교적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주가 반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 중국 베트남 등 비교적 방역에 성공한 신흥국 증시에 관심이 쏠렸다면 최근에는 성과가 부진했던 기타 신흥국 증시의 동반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11월 이후 브라질, 러시아, 신흥 유럽 주가지수(3일 기준)가 각각 19.52%, 25.58%, 28.32% 급등한 상황이다. 이전까지 각 지역 주가지수는 코로나19에 따른 폭락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연초 대비 각각 -18.76%, -31.14%, -37.83% 수준으로 낮게 형성돼 있었다. 러시아 RTS지수와 신흥 유럽 지수(MSCI 기준)는 여전히 연초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반등하면서 환차익을 노리는 외인 자금이 유입된 점도 주가를 끌어올린 배경이 됐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1월 이후 달러당 5.778헤알에서 5.146헤알로 12.28% 올랐다. 러시아 루블(6.65%), 유로화(4.13%) 역시 같은 기간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최근 코스피로 외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밖에 경기 개선 전망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면서 자원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모였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이머징마켓 증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유가 추이에 계속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며 "코로나19 백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경기 회복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신흥국 통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
그는 "특히 신흥 유럽 지역은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증시 반등 폭이 비교적 작았던 만큼 본격적인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러시아의 경우 에너지 기업 비중이 증시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만큼 유가 흐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