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추기자] 서울에 내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한 고군분투기.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어느 슬픈 다주택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11월 그 주인공을 만나러 경기도 수원시 광교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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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하는 집값이 오른다면? 당연히 안정적으로 내 집에서 살면서, 오른 집값만큼 자산 증식 효과도 누리게 됩니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일거양득인 셈이죠. 실제 최근 몇 년 새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집을 소유하기만 했다면 꽤 짭짤한 수익을 냈을 겁니다. 적게는 1억원, 많게는 10억원 넘는 가격이 오른 서울 집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죠. 반대로 내 이름으로 등기 친 집이 없다면, 당연히 부동산을 통한 수익은 없습니다. 물론 부동산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만 바라보는 '투기'는 근절돼야 하겠지만 내가 살겠다고 마련한 집값이 올라 기쁜 사람과 달리 부동산 때문에 속상한 사람도 그만큼 많은 게 현실이죠.
문제는 집값이 자꾸 오르기만 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결혼을 하면 열심히 근로소득을 모으고, 청약통장 점수를 축적해 시드머니를 발판 삼아 새집을 얻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근로소득을 모으는 것보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른 바람에 돈을 모아 집을 산다는 말이 달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게 현실이죠. 특히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서울 집값은 이제 신기루처럼 멀리 달아난 환상처럼 보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집값은 비싸고, 근로소득만으로는 집을 마련할 시드머니를 마련할 수 없고, 그래서 소액이라도 투자해 수익을 내기 위해 열심히 노를 저어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십억 원을 벌기 위한 투기세력도 아니고 세입자를 등쳐먹는 악덕 집주인도 아닙니다. 정말 서울에 살고 싶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작은 밑천이라도 되길 바라며 경기도 아파트 갭투자에 나선 사람,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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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서울의 한 회사를 다니고 있는 30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평소에도 재테크에 관심이 컸고 서울살이에 대한 꿈이 컸던 그에게 모자란 것, 바로 '돈'이었습니다. 당장 가진 돈으로 서울에 집을 사기 어려웠던 그는 2016년 나고 자란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갭투자를 합니다. 당시 집값과 전세가가 1000만원밖에 나지 않아 갭투자를 하기엔 꽤 괜찮은 조건이었습니다. 원래부터 알던 동네라 충분히 잘 파악하고 있고 향후 호재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은 마두역 근처였습니다. 좀만 오른다면 그 수익을 발판 삼아 서울 진출을 노릴 꿈을 꾸었죠. 실제 초반엔 짭짤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억 단위는 아니어도 1000만 원 단위로 조금씩 움직이는 게 보였죠. 그리고 2년 뒤 결혼을 했습니다. 혼자 살 집이 아닌 이제 한 가족이 살아야 할 서울 집을 구해야 했죠. 전에 갭투자로 재미를 본 주인공은 과감하게 두 번째 갭투자에 나섭니다. 이번에도 역시 일산입니다. 서울이나 직장 근교에 집을 구하고 싶었지만 최소 2억~3억원이 필요했던 만큼 부담도 컸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거주와 투자를 합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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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두 채의 부동산 투자 역시 자신이 살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합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매우 저조하면서 이익 실현에 실패한 그는 부동산 생각을 하면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어떻게 돈을 모으고 어떻게 집을 사야 할까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그는 이제 정책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집을 사려고 알아볼 때도 공인중개사나 은행 대출 담당자가 규제를 잘 몰라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와 같이 다주택자는 복잡한 규제와 세제 때문에 더욱 곤란한 경험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규제가 계속 쏟아지다 보니 어느 순간 규제를 파악하고 이해하기를 포기한 상태입니다. 주인공은 정책들이 정말 실수요자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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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에게 질문했습니다. 본인에게 집이란 무엇인가요. 그는 "집은 자동차"라고 답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한 번 가져보고 싶은 것이라는 뜻이죠. 그는 "남들이 차를 사면 감가상각이 얼마고 보험료가 얼마고 유지비가 얼마냐고 말하지만,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게 바로 차"라며 "지금까지 내가 소유한 집에서 한 번 살아보지 못한 상황에서 나도 내 집을 갖고 내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자동차를 갖고 싶으세요. 누구나 람보르기니나 벤틀리를 머릿속 상상으로 꿈꾸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는 차는 제각기입니다. 다만 람보르기니는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쏘나타나 그랜저는 탈 수 있는 방법쯤은 마련돼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마치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려면 최소 외제차는 돼야 하는 현실이니까요. 주인공은 정말 자발적으로 다주택자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집이 아닌 셋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약도, 대출도 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의 꿈은 소박합니다. 서울의 내 집에서 살아보는 것. 지금 갖고 있는 집 두 채를 다 팔아도 턱없이 모자란 금액입니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내 집 마련 분투기. 언제쯤 우리는 내
[취재·제작]
매일경제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임창연·김우성·임효진 PD
[취재·제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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