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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7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431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역대 월별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순매수액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기존 1위는 2013년 9월 기록한 7조6362억원이다. 1위와는 단 2000억여 원의 격차를 남겨두고 있다. 30일에 외국인이 2046억원 넘게 순매수한다면 올해 11월이 역대 월별 기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달이 된다.
2013년 당시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44거래일 연속 순매수로 역대 최장 순매수일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3년 6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신흥국 증시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회복 과정에서 다른 신흥국 대비 펀더멘털이 좋았던 한국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눈에 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달 MSCI 한국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설정좌수는 지난달 대비 4.8% 증가했다. 이는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패시브자금의 선호도를 보여준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설정좌수 변화가 거래량 증감에 후행하는 특성과 신흥국 ETF 설정·해지 지연을 감안해도 한국 ETF 설정좌수 증가는 신흥국과 다른 국가 대비 돋보인다"고 밝혔다.
이렇듯 글로벌 자금이 한국 시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한국의 투자 유인이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그룹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최근 '아시아 어닝 슈퍼사이클'을 전망하며 한국을 최선호 투자 국가로 선정했다. CS는 지난 26일 보고서를 내고 한국을 비롯해 MSCI AxJ(Asia excluding Japan) 지수에 포함된 국가들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소득 증가와 상대적 밸류에이션 매력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개선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자기자본이익률(ROE) 회복, 수출 가속화 및 대외 무역 관계 개선 전망 등도 이유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한국과 홍콩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혔다. CS는 "코로나 팬데믹 해결로 인한 잠재적인 이익이 높고, 통화가치 상승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시장을 선호한다"고 언급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경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빨리 경기가 회복되는 국가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은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아 이런 국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 추정치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6700원대였던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 추정치는 이달 7100원대까지 상승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면서 한국이 글로벌 자금의 '원픽'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외국인 자금 유입은 일반적인 신흥국 추종의 패시브자금 유입과는 달리 RCEP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 자금 유입 성격이 강하다"면서 "한국은 기술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중간재 수출에서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