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 전문기업 제노포커스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전문 신약개발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회사는 효소와 관련한 플랫폼 기술력 및 노하우를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소재는 물론, 신약 개발 시장에도 뛰어들며 전문 신약개발사로 본격 탈바꿈할 계획이다.
효소는 화학·생화학 반응에서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는 단백질로 만들어진 생체 촉매를 뜻한다. 제노포커스는 이 효소를 개량해 고객의 니즈의 맞는 효소를 개발하는 맞춤형 효소 개발 생산 전문 기업이다.
최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제노포커스 본사를 방문해 김의중 대표이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공장을 둘러봤다. 대전 대덕테크노밸리 인근에 위치한 제노포커스 본사 공장은 미생물 균주 연구개발과 효소 생산을 주력으로 한다. 최근 코로나19 진단키트 효소로 관심을 모았던 프로테나이제K 등 바이오헬스케어 소재는 자회사인 GF 퍼멘텍(세종)에서 생산하고 신약 개발, 임상 등은 경기 광교에 위치한 바이옴로직에서 담당하고 있다.
김의중 제노포커스 대표이사는 "제노포커스는 신약 개발 회사 등을 자회사로 둔 일종의 테크놀로지 홀딩 컴퍼니로, 관련 기반 기술 및 그 기술을 이용해 핵심 소재를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라면서 "초고속으로 효소나 단백질 등을 개량할 수 있는 미생물 디스플레이 기술과 효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재조합 단백질 분비 발현 기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본사 공장은 총 3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공장 양쪽으로 발효 파트와 정제 파트로 나뉜다. 2층에는 건조실이, 3층에는 실험실이 위치해 있다. 실험실에서 미생물 배양을 시작해 발효 파트와 정제 파트 그리고 건조 단계까지 거쳐 최종 제품이 생산되는 구조다.
위생복으로 갈아 입고 공장에 발을 들이자 청국장과 유사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미생물(바실러스)이 김치, 청국장 등 발효식품에 있는 미생물과 동일해 그와 같은 냄새가 나는 것이라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약 2층 반 정도 높이의 공장 한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t 규모의 대형 발효기 2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대형 발효기는 발효 파트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설비로 플레이트 단계에서 시작한 극소량의 미생물이 배양 과정 등을 반복적으로 거쳐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곳이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증식을 진행한 후 배관을 타고 자동 이송돼 정제와 건조 등을 거쳐 분말 형태의 효소가 생산된다. 제노포커스의 주력 제품인 '락타아제'의 경우 이 공정을 통해 일주일에 약 700~800㎏가 생산된다.
↑ 김의중 제노포커스 대표. [사진 제공 = 제노포커스] |
락타아제는 갈락토올리고당(GOS)을 만드는 기능을 갖는다. GOS는 모유의 내 올리고당과 가장 유사한 효소로 갈락토올리고당을 유당으로부터 높은 수율로 전환하는 일종의 바이오 촉매다. 전 세계에서 GOS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제노포커스를 포함해 단 두곳에 불과하다. 회사는 현재 다국적 유제품 회사들과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중 대표는 "프리미엄 조제 분유는 물론 최근에는 일반 식음료, 기능성 마이크로바이옴 푸드 등 어른용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공급 계약이 늘면서 내후년 쯤에는 락타아제 매출이 현재의 두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산업용 효소인 카탈라아제는 반도체 수처리 공정에 쓰인다. 반도체를 만들 때 필요한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공정에는 과산화수소를 활용한 산화액이 사용된다. 공정 후 남아있는 과산화수소를 제거하기 위해 과거에는 화학적 처리 방법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환경 규제로 인해 카탈라아제를 활용한 친환경 처리 방법으로 산업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현재 한국의 S사와 H사, 대만의 T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들어가는 필수효소도 개발했다. 바로 '프로테이나제K'다. 프로테이나제K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단키트 및 핵산 추출키트에 사용되는 특수 효소다.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전량 수입해 사용했다. ㎏당 1억원이 넘는 고가의 가격과 물량 제한 등 문제로 국산화 요구가 높았다.
김의중 대표는 "프로테이나제K의 경우 지난주 첫 출하를 시작해 판매를 개시했다"면서 "현재 국내 대기업과 공급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선 아시아권 위주로 수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케어 소재로도 저변을 넓혔다. 회사 측은 현재 자회사 GF 퍼멘텍을 통해 세라마이드의 원천 원료인 파이토스핑고신을 생산 중이다. 이는 화장품 보습제로 활용되며 현재 LG생활건강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올해 회사의 파이토스핑고신 매출은 약 7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시장이 확대되면서 내년엔 매출이 두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김의중 제노포커스 대표. [사진 제공 = 제노포커스] |
회사 측은 나아가 효소 기반 바이오 신약 사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핵심은 수퍼옥시드 디스무타아제(SOD)다. SOD는 제노포커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생물 유래의 항산화 물질로 신체의 항산화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 잔존해 지속적으로 항산화 작용을 돕는다. 회사 측은 지난 8월 SOD에 대해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안전원료 인증(GRAS) 승인을 받았다.
제노포커스의 대표 파이프라인 GF-103은 SOD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다. 노인성 황반변성(Wet-AMD) 및 염증성 장질환(IBD)을 타깃으로 한다. AMD의 경우 마우스 모델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대조약물인 안구주사 치료제 아일리아(Eylea)와 동등 이상의 효능을 확인했다. IBD 역시 실험견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에서 기존 약물 대비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였다.
김 대표는 "GF-103은 황반변성의 핵심 원인인 활성산소(ROS)를 원천적으로 제거한다"면서 "특히 AMD 시장에서 경구 투여 치료 단백질 효소 신약으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 측은 GF-103에 대해 올해 말 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예정이며 내년 1분기 글로벌 임상1상을 개시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SOD를 활용한 폐렴 치료제 GF-303를 비롯해 포자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한 코로나19 점막 면역 백신도 개발 중이다. 이에 앞서 회사는 최근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 효과를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시장에서 신약을 개발하다가 실패해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는데, 당사의 기반 물질인 SOD는 미 GRAS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적어도 2상까지는 실패하기 쉽지 않은 파이프라인"이라면서 "또 단순히 신약 외에도
한편 회사 측은 다양한 신약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GMP 시설을 내년 말 완공하고 2022년 허가를 획득해 3분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대전 = 김경택 기자 kissmaycry@mkinternet.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