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도 양극화 ◆
정부가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내년 6월까지 연 20%로 낮추기로 한 정책이 금융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금리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서민의 돈줄이 더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춘 일본도 불법 사금융 이용자 증가 등 부작용을 겪었다.
정부는 2014년 연 34.9%였던 최고금리를 2020년까지 7년 동안 총 세 차례에 걸쳐 연 20%까지 낮췄다. 금리를 낮출 때마다 서민이 대출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특히 금리 인하 속도가 너무 빨라 시장에서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사례를 참고해 최고금리 인하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약 10년 전에 이미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은 2010년 6월부터 출자법상 최고금리를 연 29.2%에서 연 20%로 내렸다. 미등록 대금업(대부업) 처벌을 강화하고 대금업자 취급 자격 시험 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강한 규제로 일본 대금업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일부 서민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최근 여신금융연구소가 내놓은 '일본 대금업 규제 강화 이후 10년간의 시장 변화' 보고서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등록 대금업체는 1647곳으로 2009년 3월보다 73.3% 급감했다. 같은 기간 대출 잔액도 15조4000억엔에서 12조4000억엔으로 줄었다.
대금업 시장이 쪼그라들자 서민들은 불법 업체를 찾았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대금업 이용자 중 원하는 금액을 대출받지 못한 비율은 2010년 30.3%에서 올해 43.2%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불법 대금업 이용 경험자도 1.2%에서 8.8%로 7배 이상 뛰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출 수요에 상응하는 자금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불법 대금업 이용도 늘어나는 부작용이 지적됐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하로 연 20%대 금리로 돈을 빌린 대출자 239만명 중 31만6000명이 향후 3~4년에 걸쳐 민간금융을 이용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